뇌혈관 손상으로 인한 퇴행성 뇌 질환 ‘치매’
치매도 단계별로 악화,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점
대구 중구에 사는 조하나(62)씨는 치매(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고 있다. 젊었을 때부터 건망증이 심했던 그는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 검사했고 치매 초기증상 진단을 받아 약을 먹고 있다.
한병인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는 퇴행성 뇌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에 의해, 인지기능(지능)이 떨어져 뇌세포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다”며 “치료를 하는 목적은 치매 진행을 늦추는 약물복용을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치매는 뇌세포가 망가지는 질환이다. 기억은 입력, 저장, 출력 3단계를 거친다. 건망증의 경우 기억의 입력과 출력단계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도움이 될만한 힌트를 주면 기억이 가능하다. 하지만 치매는 저장단계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힌트를 주어도 기억을 할 수 없다. 치매는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관여하기 때문에 반드시 유전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사한 증상인 건망증은 인간의 여러 가지 인지기능 중 기억력만 저하된 상태다. 하지만 건망증은 질환이라고 보기 어렵다. 건강한 사람도 할 일이 너무 많거나 피로할 때 건망증이 나타날 수 있다.
건망증은 사건이나 경험의 일부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치매는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건망증은 기억된 내용을 꺼내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치매는 내용을 저장하는 단계부터 장애가 있다.
치매는 진행성 장애기 때문에 기억력 장애가 점점 더 심해져서 직무수행이나 가정수행에 지장을 주고 방치할수록 일상생활은 불가능하게 된다. 단순히 기억력장애뿐만 아니라 지남력(현재 상황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바르게 파악해서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나 언어능력을 비롯한 인지기능 전반의 장애다. 증상이 심해지면 성격변화와 망상 등을 비롯한 정신병리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치매의 위험인자로는 연령(고연령), 성별(여성), 유전적요인(가족력), 고혈압, 심장병 등이 있다. 이런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기억력장애를 겪는다면 초기에 의료기관에 내원하면 말기 치매로 되는 시간을 늦추어 줄 수 있다. 또 치매 치료제는 인지기능을 뚜렷이 향상하지는 않지만, 진행을 느리게 해 말기 치매로 되는 시간을 늦춰준다. 치매 치료제는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치매의 검사
치매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치매 검사, 혈액 검사, 뇌 촬영이 필요하다. 경동맥 협착이 있으면 뇌 기능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경동맥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치매는 발병 후 짧게는 2년, 길게는 20년 이상 생존한다. 평균 생존 기간은 8년 정도로 본다. 치매 치료제는 떨어진 인지기능을 향상하거나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진행을 느리게 하여, 말기 치매로 되는 시간을 늦춰준다. 때문에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한병인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 조기 발견과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며 “뇌세포의 손상 속도를 최대한 늦춰 환자의 삶의 질을 늘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고 말했다.
◇건망증과 치매의 구분
건망증일 경우
1. 건망증은 주변 물건을 어디 뒀는지 기억이 안 나 한참 만에 찾는다.
2.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만, 자세한 부분은 기억이 힘들다.
3. 기억력이 감소하는 것 같아 메모를 하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증상은 몸이 피곤하거나 한 번에 많은 일이 닥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주의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건망증이라고 부른다.
치매 초기인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1. 불과 며칠 전 이야기도 잊어버려 반복질문을 하거나 귀뜸을 해줘도 기억 못한다.
2.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을 기억 못한다.
3.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과 과거보다 최근일에 기억력이 떨어진다.
4. 돈, 시간 등 전화 등에 대한 기억이 현저히 떨어진다.
5. 기억력 감퇴와 함께 성격이 변한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한병인 신경과 전문의가 말하는 치매에 관한 진실
◇고스톱을 계속 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고스톱 자체가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를 활용하는 것이 뇌를 활성화 해주는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신체적 운동과 두뇌활동,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규칙적인 운동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나요?
규칙적인 운동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뇌 신경을 보호하여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벼운 걷기 또는 각종 스포츠 활동 등을 하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낮다는 의학계의 보고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치매가 생기지 않나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정상적인 노화와 치매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치매는 뇌에 병이 생겨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에 저하가 오는 것으로 일반적인 노화 진행 급격히 악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한 노화가 치매의 원인은 아니며 여러 가지 환경적,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생활법
1.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관리를 잘해야 한다.
2. 담배나 지나친 음주는 피해야 한다.
3. 비만이나 심장병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
4. 머리를 많이 쓰고 규칙적인 운동은 생활화해야 한다.
5. 우울증은 치료받고 많이 웃고 밝게 살아야 한다.
6. 기억장애, 언어장애가 생겼을 때는 의료진의 도움을 즉시 받아야 한다.
◇치매환자를 대하는 방법
치매가 진행되면서 말로 표현하는 능력은 잃지만 자존심과 인격은 계속 남아 있다. 신체적 도움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생각을 바꾸는 것은 잘 받아 들이지 않는다. 치매 환자는 야단치거나 가르친다고 해서 생각이나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다. 치매 환자가 실수를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는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
치매가 진행되면 생각하는 능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만지고,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 말로만 하지 말고 비언어적인 태도 즉, 손을 잡아 준다든지 따뜻한 미소, 등을 쓰다듬는 등 신체 접촉을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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