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열성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 1순위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엄마와 아빠다. 컴퓨터 언어나 프로그래밍을 좀 아는 학부모를 초청해 퇴근 후 과외를 받는가 하면, 스터디 그룹을 꾸려 아이들 커리큘럼을 따라 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직접 컴퓨터 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로봇까지 만든다고 하니, 동시대인이자 인생 선배로서 가만히 있어선 안 될 것만 같다. 의욕은 앞서지만, 선생님의 칠판 글씨를 받아 적는 게 익숙한 세대에겐 생소한 일이다.
제목부터 어른을 겨냥한 ‘메이커스: 어른의 과학’은 자녀 교육을 위해, 혹은 과학과 멀어진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싶어 하는 성인을 위한 과학 잡지다. 잡지 속 과학계 이슈나 평론보다 눈길을 끄는 건 신기술이 접목된 기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키트다. ‘만들기 강국’인 일본의 가켄 교육출판에서 발행하는 동명 과학 잡지 ‘어른의 과학(大人の科学)’의 한국어판으로 출발한 기획이다. 2017년 9월 시작해 최근호 ‘AI자율주행자동차’ 편까지 5권이 나왔다.
백문이 불여일견, 자율주행자동차를 직접 만들어봤다. 부품 크기가 작아 콘트롤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맨손으로도 2시간쯤 만에 모터부터 배터리, 오렌지파이 등을 조립할 수 있었다. 오렌지파이는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제어 장치인데, 이 기판 하나에 완전한 컴퓨터 한 대가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각종 사이트에서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고 자동차를 훈련시켜야 한다. ‘암비안’이란 프로그램에 명령어를 넣고 자동차가 움직이며 데이터를 쌓게 하는 방식으로 경험을 축적시키는 것이다. 일정한 트랙을 정해 주고 따라 가게도 하고, 장애물을 피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내 손에서 나온 자동차 모델이 스스로 움직이며 느껴지는 ‘손맛’이 대단한데, 어떻게든 성공시키려 집중력을 쏟은 덕에 나도 모르게 잡다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메이커스 시리즈 한 편당 가격은 정가 기준 4만~18만원대까지다. 자율자동차 편은 18만 8,000원. 꽤 고가인데도 시리즈 5편을 합해 총 8,500세트 팔렸다. 엄청난 흥행은 아니지만, 희망이 보이는 숫자다. “과학은 손으로 배우는 것!” 1권의 표지 모델이었던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말을 전한다. 편집자인 이동현씨는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구성을 기획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뭐라도 하고 싶지만 뭘 할지 모르는 초심자에게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커스: 어른의 과학 5권
동아시아 발행ㆍ74쪽ㆍAI자율주행자동차 키트 포함ㆍ18만8,000원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