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익 69% 급감… 정유화학ㆍ배터리 등도 초라한 성적
수출과 투자 등이 모두 악화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역성장을 보인 한국경제 상황은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반도체와 정유화학, 배터리, 정보기술(IT) 등 업종을 불문하고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시장 침체로 인한 전체적인 업황 둔화가 직격탄이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6조7,727억원, 영업이익 1조3,665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2.3%, 영업이익은 68.7% 급락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7,260억원) 이후 10분기 만의 최저치에 해당하는 ‘어닝쇼크’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책임지는 효자 품목이지만, ‘반도체 슈퍼호황’ 종료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더 이상 늘지 않는 수요와 단가 하락 때문에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부진한 성적을 냈다. D램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8% 줄었고, 평균 판매 가격도 27%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도 재고 부담이 높아진 공급 업체들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평균가격이 32% 하락하고, 출하량은 6%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로 인한 충격은 삼성전자 실적이 이미 예고했다. 이달 초 공개한 잠정실적에서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였던 작년 3분기(13조6,500억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패널 업체들의 공급 증가, 고객사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 감소 등으로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수천억 원대 적자가 발생하며 전체 실적 역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잇따른 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인한 배터리 부문 수익 감소 등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영업이익(2,754억원)을 기록한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매출은 12조4,0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지만 영업이익(3,311억원)은 53.5%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매출 70%를 차지하는 정유 부문의 부진이 지속된 탓이 크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 불안정한 정세로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했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디젤 등 석유제품과 올레핀 등 화학제품 마진 모두 약세를 보였다.
하반기 경기 회복도 불투명한 만큼 기업들은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2분기에도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수익성 중심 운영을 통해 메모리 경기 하강국면을 빠르게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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