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1분기 실적발표
지난해 라이벌 KB금융지주를 제치고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했던 신한금융이 올해 1분기 실적도 KB금융을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올해 지주사로 새출발하는 우리금융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면서 하나금융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신한 ‘리딩 수성’ 유리한 고지에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 1분기 9,1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금융시장 평균 전망치(9,070억원)를 뛰어넘어 작년 1분기(8,575억원)보다 7.1% 증가한 수치다.
신한금융의 호실적은 지난 2월 자회사로 편입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부터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이익 중 지분율(59.15%)에 비례한 476억원이 신한금융 실적에 반영됐다.
또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공격적 영업으로 10년 내 가장 높은 1분기 대출성장률(2.6%)을 기록하며 당기순이익(6,181억원)이 지난해 1분기 대비 176억원(2.9%) 증가해 그룹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반면 KB금융은 지난해 1분기 반영됐던 서울 명동 사옥 매각(세후 약 830억원)과 같은 일회성 이익이 없었던 데다 올 1분기 KB국민은행 희망퇴직 관련 비용(세후 약 350억원)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당기순이익이 12.7% 줄었다.
금융지주사들의 1분기 실적이 주목받는 건, 초반에 격차가 벌어지면 하반기로 갈수록 만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9년 연속 순익 1위 자리를 누렸던 신한금융은 LIG손보(KB손보) 현대증권(KB증권) 등을 잇따라 인수한 KB금융에 2017년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지만, 지난해 1위를 탈환한 데 이어 올해도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1분기 실적에서 신한금융에 뒤쳐진 KB금융 입장에선 추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롯데캐피탈 인수를 추진했지만, 롯데 측에서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몸집불리기가 여의치 않다. 교보생명 등의 인수ㆍ합병(M&A) 추진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4일 실적발표 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국민은행의 원화 대출금 증가율도 0.3%로 신한은행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우리, 하나 밀어내고 3위로
우리금융은 1분기 시장 전망(5,386억원)를 웃도는 5,6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하나금융(5,560억원)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두 금융사 모두 작년보다 실적이 악화했지만,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하나금융의 하락폭이 더 컸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연말 실시한 명예퇴직 비용(1,260억원)과 원화 약세로 인한 환손실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6,686억원) 대비 16.8%나 하락했다. 우리금융은 은행 체제였던 지난해 1분기 우리은행 연결기준 실적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3.6%(211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양사간 격차가 126억원에 불과해 1위 경쟁보다 한층 치열한 순위다툼이 연중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우리금융도 국제자산신탁,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진행 중이라 비은행부문 M&A 성사 여부도 순위 다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올해 1분기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5,57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5,129억원) 보다 8.6%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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