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생산공장 철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생산 라인에서 일하던 인력들의 근무지 재배치도 함께 진행된다. LG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생활가전 생산공장으로 이들을 전환 배치한다는 계획이지만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직원들이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인데다 이들이 주로 투입되는 검수작업은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제품의 특성상 차이가 많아 업무 적응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직원들이 퇴직할 경우 보상금 지급 등 처리해야 할 과제가 많다.
LG전자는 경기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모두 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생산기지 ‘LG 하이퐁 캠퍼스’로 옮기고, 평택 생산인력 중 750여명을 경남 창원 H&A사업본부 생산라인으로 배치한다고 25일 밝혔다. H&A사업본부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등을 생산하는 본부다.
LG전자는 평택 생산인력 전체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750여명이 옮겨간 뒤 평택 사업장은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 전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거라고 LG전자는 설명했다. 구체적인 업무는 ‘양산성 검증’과 ‘효율성 확보’다. 양산성 검증은 개발 중인 제품이 대량 생산 가능한 제품인지 검증하는 것이고, 효율성 확보는 양산에 투입되는 시간, 인력 등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말한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보통 현장에서 말하는 생산인력은 자동화 기기가 하기 힘든 패킹(최종 상품 포장), 육안으로 확인이 필요한 점검, 공정 과정 모니터링을 수행한다”며 “양산성 검증, 효율성 확보 업무 등과 겹치는 부분이 없어 사실상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이 재배치된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창원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등의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던 프리미엄 냉장고 일부 물량을 올해부터 창원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회사 측은 창원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을 위해 특별 융자, 전임비 지급, 근무지 이동을 위한 휴가, 주말 교통편 제공 등 특별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에서 경남으로의 전환 배치는 주거지 변경이 불가피하다. LG전자 관계자는 “100% 전환 배치가 원칙이지만 근무지 이전이 힘든 경우에는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다”며 “희망퇴직을 원한다면 회사에서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우를 위해 LG전자는 보상금 지급 규모 등 세부 내용 조율을 위한 노조와의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인력 재배치는 생산직 직원만 해당하지만 LG전자 내부에서는 스마트폰 사업부문(MC) 실적 부진으로 MC 전체 인력이 계속 감소해 왔기 때문에 인력 추가 감축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평택 공장 철수로 LG전자 스마트폰 핵심 생산거점 역할은 하이퐁 사업장이 수행한다. LG전자는 베트남 내수 공급을 위해 운영하던 흥이옌(TV, 휴대폰 생산)과 하이퐁(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생산공장을 2014년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했다. 이곳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은 베트남 내수용 중저가 휴대폰을 중심으로 연간 6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평택에 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라인(생산량 500만대)이 모두 이곳으로 옮겨지면 하이퐁 캠퍼스는 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 연간 1,100만대의 스마트폰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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