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자 유희열. KBS 제공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스케치북)은 대중음악계에서 주목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09년 4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껏 별 다른 부침 없이 장수했다. 무엇보다 다양한 가수를 매주 소개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받는다. 그간 ‘스케치북’을 거쳐간 가수는 950여팀(24일 기준 440회). 볼빨간사춘기와 헤이즈, 멜로망스 등 신예 가수의 노래가 이 프로그램에서 재조명되며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기도 했다. 여러 인디 가수가 소속된 한 기획사 관계자는 “K팝 등 한 장르에만 편중되지 않고, 10년 간 여러 음악을 선보였다는 ‘스케치북’만의 정체성이 있다”며 “음악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가수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스케치북’이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11월 종방한 KBS1 ‘콘서트 7080’ 이후 유일하게 남은 지상파 방송의 심야 음악 토크쇼다. 시청률은 2%를 넘지 못할 정도로 저조하지만, 출연한 가수는 매주 조명을 받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돈 안 되는’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은 PD와 음악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다. 제작비 증가와 경쟁력 하락 등으로 존폐 위기에 놓일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27년 간 명맥을 이은 음악프로그램이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와 ‘이소라의 프로포즈’(1996~2002), ‘윤도현의 러브레터’(2002~2008)가 바통을 주고 받으며 토크쇼를 겸한 음악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이어왔지만 10년을 채우기는 ‘스케치북’이 처음이다. ‘스케치북’의 진행자 유희열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에서 열린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BS 예능국에 있던 PD들이 이 프로그램만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음악계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중요한 존재로 바라봐줘서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지켜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멜로망스(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희열. KBS 제공

유희열은 10년 간 대중과 가수 사이 가교 역할을 했다. TV에 첫 출연하는 가수의 입길을 열어주고, 돋보이게 하는 것이 ‘스케치북’에서 그의 역할이다. 유희열은 프로그램 출연 가수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고 해 ‘매희열(매의 눈을 가진 유희열)’이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했다. 유희열은 자신이 기성 음악인과 젊은 가수 사이에서 총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이 바뀌고 음악도 변하는 데 ‘스케치북’에도 젊은 진행자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며 “다행히 선후배 가수들이 ‘저 사람과 수다를 떠는 게 힘들지 않겠구나’라고 편안하게 생각해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화제성과 별개로 시청률이 답보 상태이니 ‘스케치북’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프로그램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KBS1은 지난해 11월 음악프로그램 ‘콘서트 7080’을 갑작스레 종방해, 시청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공영방송은 다양한 세대의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며 “아이돌 중심으로 음악프로그램이 포진돼 있는 상황에서 ‘스케치북’은 시청률이 안 나와도 유지가 돼야 할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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