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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부처럼… 중절모ㆍ검정 코트 차림으로 러시아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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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부처럼… 중절모ㆍ검정 코트 차림으로 러시아 첫발

입력
2019.04.24 22:00
수정
2019.04.25 08:3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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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조부처럼… 중절모ㆍ검정 코트 차림으로 러시아 첫발 

 전용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15분 환영행사 후 숙소로 

 金 “이번 방러 첫 행보일 뿐”… 25일 극동연방大서 푸틴과 회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취임 후 첫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24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 문제와 함께 북러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해 미국에 양국 우호 관계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 전용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같은 날 새벽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당 부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환송 하에 북한을 출발한 후 최소 10시간 이상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절모와 긴 검정색 코트 차림으로 옛 김일성 주석의 모습을 연상시킨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의장대와 군악대를 사열했다.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기다리던 시민 인파에게도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소나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 수백명이 기차역 안팎에 서서 북측 대표단을 지켜 본 가운데, A4용지에 인쇄한 북한 인공기를 준비해 흔들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을 찍는 시민들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기 앞서 같은 날 오전 10시 40분쯤 러시아 접경지 하산 역에서도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ㆍ북극개발 장관과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 등의 영접을 받았다. 러시아 측은 귀한 손님이 오면 쟁반에 빵과 소금을 담아 건네는 관습에 따라 빵, 소금을 꽃다발과 함께 건넸다. 김 위원장은 하산역 인근의 ‘김일성의 집’ 박물관(러시아-조선 우호의 집)을 찾아 “이번 방러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이는 첫 번째 행보일 뿐”이라면서 향후 지속적으로 러시아를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러 타스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와 인터뷰에서 “지역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공동으로 조정해나가는 데서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즉흥 외신 인터뷰에 응한 것은 사상 최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관계자들이 24일 오후(현지시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착하기 전 플랫폼에 붉은 카펫을 깔고 김 위원장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정원 기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 관계자들이 24일 오후(현지시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착하기 전 플랫폼에 붉은 카펫을 깔고 김 위원장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김정원 기자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역 앞에서 약 15분간 이뤄진 환영 행사를 마친 뒤 전용차량으로 18㎞가량 떨어진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교 내 숙소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을 수행한 김평해ㆍ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영길 군 총참모장 등도 별도 차량에 탑승해 뒤를 따랐다.

당초 25일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푸틴 대통령과 사전 만찬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었으나 푸틴 대통령은 회담 당일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해군 함대 진수식 등 행사에 참석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미리 도착해 있던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겸 부총리가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김 위원장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역시 나타나지 않았으며, 코즐로프 장관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영접에 나섰다.

정상회담은 이튿날 김 위원장의 숙소에서 도보 5분 거리인 극동연방대 S동(스포츠 센터) 건물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이 25일 오전 이곳에 도착해 상견례 차원의 단독 회담을 가진 뒤 오찬을 겸해 러시아 측이 준비한 발레, 음악 등 문화 공연을 함께 관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8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 후 8년 만에 이뤄지는 북러 정상회담인 만큼 양국 친선관계를 과시할 만한 이벤트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 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정식 의제로 논의된다. 러시아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해법을 두고 미국과 대치를 이어가는 북한 입장에 노골적인 지지를 보내긴 어렵겠지만, 북한과의 ‘대안 파트너’로서 존재감은 드러낼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북 제재 문제를 선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핵 6자 회담을 통한 비핵화 논의’를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간이 많지 않은 북한으로선 북미 협상보다 더 돌아가야 하는 6자 회담은 좋은 카드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경제협력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 플래넘 2019’ 행사에 패널로 참석해 “식량 원조를 받아내고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이 계속 남을 수 있게 하는 논의를 하는 것”이 김 위원장 방러 목적이라고 봤다. 이어 “북한 근로자는 시베리아 추위에서 일할 수 있는 유일한 인력”이라며 푸틴 대통령도 이러한 협력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라디보스토크=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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