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전역에 스마트 CCTV 설치해 범죄 패턴 확인… 경찰ㆍ소방 협업도
우리區 모델로 만든 법안 통과 땐 젠트리피케이션 100% 방지 가능
“스마트한 적정 기술로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누리는 포용 도시를 만들 겁니다.”
정원오(51) 서울 성동구청장은 기존 상인들이 임대료 상승 탓에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해결사로 유명하다.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 무엇이 문제일까?’ 등의 저서를 통해 사회적 이슈화를 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법안화까지 이끌어냈다. 이 같은 도시행정가로서의 면모는 주민 만족도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정 구청장은 한국일보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실시한 ‘2019년도 전국지방자치단체평가’ 전국 69개 자치구 단체장 주민만족도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이번에는 ‘스마트 포용도시’를 들고 나왔다. 정 구청장은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한 기술로 사회적 약자까지 모두 껴안는 포용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최소의 비용으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새로운 미래 도시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다음은 정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민선 7기 비전이 ‘스마트 포용도시’다. 성동구의 스마트시티는 어떤 모습이고,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그 동안 스마트시티는 신도시와 공급자 위주였다. 주민들이 체감을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그랬다. 최근 이를 반성하면서 시민들이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는 스마트시티로 가자는 게 대세가 됐다. 여기에다 누구도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포용도시’에 담았다. 도시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시민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사회적 약자까지 포함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최소한의 적정 비용을 찾기 위해 스마트한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적정 기술’이다. 우리의 지향은 적정 기술이 만들어가는 스마트 포용도시로 요약할 수 있겠다.”
-성공적인 해외 사례가 있나.
“덴마크에서 나온 ‘리빙랩(살아 있는 실험실)’이 있다. 주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해서 직접 만들어가는 스마트 도시 방식인데, 우리가 더 배울 점이 많다. 그러나 적정 기술을 활용하는 건 우리가 앞서 있다. 지난해 어린이집 차량에 아이를 방치해 불행한 사고가 났다. 그래서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이 대안으로 나왔다. 차량마다 달 때 10만원 이상이 든다. 그래서 다 못 달았다. 저희는 근거리무선통식 방식이라는 적정 기술을 도입해 이보다 더 좋은 시스템을 싼 가격에 도입했다. 차 안에서 잠자는 아이를 체크할 뿐 아니라 원에 도착해 들어가면 부모, 원장, 담임교사한테 문자가 간다. 원에서는 문자를 받고 아이 출석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진주에서 방화살인 참사가 났다. 적정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범죄도 막을 수 있나.
“돌발적인 사건까지 막을 순 없지만 정신질환을 체크할 사회적 시스템은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가족이나 주변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혼자 있는 사람들을 체크하고 사회적 활동으로 연계해줘야 한다. 보통 우울증을 겪거나 건강이 악화되면 제일 먼저 사회적 활동을 중단한다. 여기에 착안해 전화 수ㆍ발신 기록이 3~5일 없는 독거 어르신에게 자동응답시스템(ARS)로 전화를 해 체크한다. 안 받으면 다음날 또 해 보고, 그래도 안 받으면 간호사·상담사가 방문해 몸과 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병원이나 복지관ㆍ체육시설 등 커뮤니티 시설로 연계한다.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해 현재 3,000명이 가입했고, 계속 모집 중이다. 이렇게 일차적 예방이 가능하다. 그 다음은 범죄 예방이다. 스마트 폐쇄회로(CC)TV를 이용한다. 누군가 범죄를 위해 특정 지역을 물색하고 다닌다면 그런 패턴까지 감시할 수 있다. 성동구 전역에 사각지대 없이 설치했다. 관제센터에서 확인하고, 경찰ㆍ소방서가 합동으로 대응한다. 장기적으로 범죄 예방까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정원오’하면 젠트리피케이션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현재 국내 젠트리피케이션 상황은 어떤가.
“그동안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법적 장치가 전무했다. 지난 16일부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시행령이 동시에 시행되면서 70%는 해결됐다고 본다. 계약갱신청구권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고,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이 9%에서 5%로 제한됐다. 제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게 다 담겨 있어 정부와 국회에 감사드린다. 다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법안인 ‘지역상권상생발전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치단체장이 지정한 지역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같은 골목 상권을 파괴할 수 있는 업체의 입점을 금지하고, 건물주와 상인이 상생 협약을 맺으면 자치단체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우리 구가 만든 조례를 모델로 한 법이다. 이것까지 시행된다면 100%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중구 어르신수당과 관련해 소신 있는 복지서비스 철학을 밝혔다.
“복지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다만 질서 있는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다. 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역할을 정확하게 나눠야 한다는 거다. 영국을 보면 현금복지는 중앙정부에서 하고, 지방정부는 서비스 복지를 전담한다. 프랑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지방정부도 현금 복지를 늘리고 지역마다 다 다르다. 서비스복지가 다른 건 장려할 일이지만 현금복지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현금복지를 지방정부에서 경쟁하는 일은 없다. 질서 없이 복지가 확대되다 보니 혼란과 갈등이 생긴다.”
-최근 경기 한 지자체가 지역 내 모든 대학생에게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자치단체장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주민들이 그걸 믿고 투표했다면 그런 정책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모습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거다. 좀 우려스럽다. 현금성 복지는 중앙정부에서 책임져 줬으면 좋겠다. 자치단체는 스스로 룰을 만들어가야 한다. 서비스 복지는 하던 대로 하면 되고, 현금 복지에 대해서는 복지 대타협을 하자는 거다.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모인 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그간 사업을 평가하고, 효용성 있다는 사업은 중앙정부에 건의해 전국적으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효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현재 임기를 끝으로 일몰시키자.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 스스로 이러한 복지 대타협을 만들어가고, 정부가 뒤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식으로 갔으면 한다.”
진행=한창만 지역사회부장
정리=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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