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7)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소공동 롯데호텔로 거주지를 옮긴다. 법원의 결정에 따른 절차지만, 신 명예회장이 거동이 불편한 데다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 거주지 이전에 따른 피로 누적이나 건강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이르면 내달 말이나 늦어도 6월 초 현 거주지인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 49층을 떠나 롯데호텔 신관(이그제큐티브 타워) 34층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지난해 1월 롯데호텔에서 롯데월드타워로 이사한 지 1년 4개월만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신 명예회장이 거주지를 반복해서 이전하는 이유는 법원의 결정 때문이다. 재일교포인 신 명예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에 머물 때는 늘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을 집무실 겸 거처로 이용해왔다. 그런데 2017년 7월 롯데호텔 신관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가면서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충돌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롯데호텔에 머물러야 한다고,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로 옮겨가야 한다고 각각 주장했다.
결국 신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을 담당한 사단법인 선이 가정법원에 신 명예회장 거처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장검증을 거친 법원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신 명예회장은 롯데월드타워로 이사했다. 다만 법원은 이를 결정할 당시 롯데호텔 신관의 공사가 끝나면 신 명예회장이 다시 원래 거처로 이전할 것을 단서조항으로 달았다. 롯데월드타워를 공사 기간 동안의 ‘임시 거주지’로 결정했던 셈이다.
지난해 8월 롯데호텔 신관 공사가 마무리되자 신 전 부회장 측은 법원의 단서조항대로 신 명예회장의 거처를 롯데호텔로 다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신 회장과 롯데그룹은 신 명예회장이 고령이라 잦은 이사가 부담되는 데다 본인 역시 현 거주지에 만족하고 있어 롯데월드타워에 계속 머무는 게 낫다고 반박했다. 이번에도 신 명예회장의 거주지 문제는 법원으로 넘어갔고, 법원은 앞선 결정대로 신 명예회장이 롯데호텔에 복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롯데 측은 신 명예회장의 거주지 이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롯데호텔 역시 신 명예회장이 머무를 공간을 최대한 지금과 비슷한 환경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한 관계자는 “당사자가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데도 다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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