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열애 이대성-손근혜 커플, 5월 11일 백년가약
프로농구 ‘대세’로 떠오른 이대성(29ㆍ현대모비스)이 챔피언 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반짝 빛나는 순간 그의 예비신부 손근혜(28)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기뻐서라기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커서 흘린 눈물이었다. 분명 이대성은 팀 우승과 함께 MVP 트로피를 받고 미소를 띠었는데, 9년간 교제했던 손씨의 눈에는 결과에 만족 못한 이대성의 내면이 보였다.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대성-손근혜 커플은 21일 우승 뒷얘기를 공개했다. 이대성은 “그 동안 열심히 땀 흘렸는데, 경기력이 안 좋아 ‘내가 이거 밖에 안 됐나’라는 생각에 스스로 만족이 안 됐다”며 “MVP를 받고도 서운함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여자 친구한테는 티가 났다”며 “그래서 나를 더 안쓰럽게 봤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분명히 주인공인데, 욕심이 많아서 만족을 못 하는 잔상이 짙게 보였다”며 “마음을 잘 아니까 ‘축하한다’는 말보다 ‘잘했어’라고 격려하는 말이 먼저 나왔다”고 돌이켜봤다.
이대성의 ‘농구 사랑’은 손씨도 말릴 수 없다. 중앙대 3학년이던 2012년 미국 하와이의 브리검영대학에 입학해 선진 농구와 부딪혔고, 2017년엔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 연봉 2,000만원을 받으면서 도전을 이어갔다. 중앙대 신입생 시절인 2010년 ‘빡빡머리’였던 1년 선배 이대성에게 고백을 받아 연애를 시작한 손씨는 자기를 놔두고 미국으로 가는 남자친구가 몹시 서운했다.
특히 교제 7년 차인 2017년을 떠올리며 손씨는 “이제 안정적으로 함께 미래를 그려 나갔으면 좋겠다”고 이대성을 설득했지만 소용 없었다. 대신 이대성은 “현재는 내가 생각했던 목표(NBA 진출)가 먼저였는데, 이번에 다녀오면 네가 내 꿈보다 먼저일 거다”고 약속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 두 달 만에 방출돼 다시 현대모비스로 돌아온 그가 지금은 약속을 잘 지키고 있을까. 이대성은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농구가 먼저”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손씨는 “철썩 같이 믿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또 농구에만 전전긍긍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지 않고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하는 이대성 때문에 데이트할 때 식사 메뉴 선택이 쉽지 않다. 손씨도 평소 고기류를 즐기지 않지만 가끔씩 먹고 싶은 날은 이대성이 미워지기도 한다. 팀 선배 함지훈은 ‘너 때문에 고기 못 먹는 여자친구는 무슨 죄냐’고 하면서 이대성 커플에게 고기를 사준 적도 있다. 손씨는 “한번씩 곱창이 당기는 날이 있다. 그런데 같이 있으면 못 먹으니까 짜증도 난다”고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아무리 지금 농구에 푹 빠졌다고 해도 이대성이 그리는 미래는 손씨를 누구보다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2014년 발목을 크게 다쳐 가장 힘들었던 시절 손씨가 곁에서 지켜준 고마운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 있어서다. 이대성은 “발목을 다쳤을 때 걷지 못해 너무 힘들었다”며 “아프면 예민해져 나도 알게 모르게 상처를 줬을 텐데 다 이해해줬다. 항상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씨는 “다 낫고 함께 걸어서 산책하는 그 순간이 너무 감사했다”며 “챔프전 끝나고 ‘고마워. 근혜야. 네 덕분이야’라는 문자를 계속 받았다. 처음 3, 4개를 받았을 때는 정말 고마워서 그러는구나 싶었는데 이후에도 계속 보내니까 회식에서 취했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이대성은 “복사, 붙여 넣기로 보낸 게 아니라 전부 직접 손으로 입력해서 보냈다. 진심이다”고 강조했다.
이대성이 2010년 8월 대학 캠퍼스를 걷다가 손씨를 보고 한눈에 반해 연락처를 물어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팥빙수 가게에서 첫 만남 이후 한달 간 ‘썸’을 타다 새벽 5~6시에 캠퍼스 벤치에서 이대성의 고백으로 커플이 됐다는 둘은 드디어 5월 11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결혼을 앞두고 이대성은 손씨에게 “항상 농구가 우선이었는데, 농구만큼 아내를 먼저 생각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에 손씨가 “1순위는 될 수 없네”라고 꼬집자 이대성은 “최소 동률이야”라고 멋쩍어 했다.
손씨는 지난해 12월 2일 이대성의 국가대표팀 부산 경기 대신 GOD 콘서트를 간 것이 계속 맘에 걸렸다며 “결혼하면 꼬박꼬박 경기 챙겨볼게”라며 예비신랑의 손을 꼬옥 잡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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