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혀온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1988년, 2008년에 이어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합류로 민주당의 거물 후보군이 거의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불 붙을 전망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트럼프 대항마’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5일 동영상을 통해 공식 출사표를 내고 당일 저녁 대규모 선거 자금 모금 행사를 갖는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이어 29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찾아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만나 유세전에 나서며 아이오와,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바다주도 잇따라 찾을 예정이다. 그의 대권 도전 선언은 민주당 후보로는 19번째로 민주당 주요 주자들의 출마 선언은 일단락된다.
노동자 집안에서 성장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델라웨어주에서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8년간 부통령을 역임해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타 후보보다 앞서 있다. 미국 몬머스대가 민주당원들을 상대로 실시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27%로 1위에 올랐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로 2위를 기록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여러 후보가 난립한 민주당 경선이 결국 중도 성향의 바이든 전 부통령과 진보 성향의 샌더스 의원간 대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6일 트위터 글을 통해 민주당 경선이 샌더스 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양자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특히 민주당이 진보 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에 매달리는 등 왼편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균형을 잡을 것이란 게 지지자들의 기대다. 바이든 부통령은 대선 출마 메시지에서 경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대선 접전지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는 바이든 밖에 없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러나 샌더스 의원과 달리 풀뿌리 조직이 약해 선거 자금 모금에서 큰 손 기부에 의존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중산층의 조’라는 이미지와 달리 대기업의 후원을 받으면 진보 성향의 민주당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적절한 신체 접촉 논란도 선거전 내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앞서 2014년 네바다주 부지사 민주당 후보였던 루시 플로레스 등 불쾌한 신체 접촉을 폭로한 여성만 7명에 이른다. 77세의 샌더스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고령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세대 교체 바람 등으로 경선 구도의 지각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