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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힐링튜브, 유튜브

입력
2019.04.24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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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한국일보 영상채널 '프란'의 영상 콘텐츠 '가장 보통의 존재, 나의 우울증 이야기' 중 한장면(왼쪽)과 유튜버 새벽의 항암치료과정 공개 영상 중 한장면. 유튜브 캡쳐
한국일보 영상채널 '프란'의 영상 콘텐츠 '가장 보통의 존재, 나의 우울증 이야기' 중 한장면(왼쪽)과 유튜버 새벽의 항암치료과정 공개 영상 중 한장면. 유튜브 캡쳐

한국일보 영상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프란’에는 1년 넘게 꾸준히 조회수를 높이고 있는 영상 콘텐츠가 있다. 지난해 1월 제작해서 업로드한 영상인데 지금까지 1년 여간 꾸준히 재생돼 조회수 43만회를 넘겼다. 지금도 매일 댓글이 계속 달리며 시청자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가장 보통의 존재, 나의 우울증 이야기’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우울증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실제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고, 한 명의 연기자가 독백하듯 내용을 연기하는 짧은 형식의 웹드라마다.

내가 놀란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이 영상에는 1,300여개 넘게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내용과 대사가 자신이 경험한 상황과 유사해 공감된다는 것이다. 특히 상당수 시청자들은 댓글에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풀어놓기도 한다. ‘물에 젖은 휴지처럼 가라앉는다’ ‘(주변에)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더라’ 등등. 이들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자신만의 고통을 얘기하고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함께 위로 받고 있는 듯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경험들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위안을 얻는 사례는 또 있다. 최근 화제가 된 한 유튜버의 암투병 영상이다. 뷰티 유튜버인 ‘새벽’은 45만명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뷰티 유튜버임에도 지난 3월 자신의 투병 사실을 당당히 알리고, 항암치료 과정 등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있다. 항암치료로 탈모가 생기고, 삭발을 하는 과정, 주변 사람들과 함께 슬픔과 희망을 나누는 과정까지도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영상을 보고 평소 그를 좋아하고 응원했던 이들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거나 겪고 있는 새로운 구독자들까지 그의 영상을 시청하며 공감하고 있다. 그의 최근 영상은 많게는 3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고 2만개 이상 댓글이 달렸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무조건 완치 될 거다’ ‘암투병 중인데 영상 보면서 힘을 낸다’며 공감을 표했다. 유튜버 새벽은 영상을 통해 “비슷한 병을 가진 분들 또 그 가족들이 영상을 본다면 조금이나마 위로와 공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치료 과정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유튜브의 확증편향 강화나 일부 유튜버의 자극적 일탈 행동이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처럼 유튜브를 통해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콘텐츠로 구독자가 모이고, 서로의 상황을 나누며 위로와 위안을 얻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들 구독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콘텐츠를 같이 시청하며 댓글로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고,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며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유튜브가 기존 매스미디어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학교와 직장 같은 기존 커뮤니티가 포용하지 못했던 개인의 아픔과 상황들을 포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영상 콘텐츠를 시청한 사람들은 댓글을 단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익명에 기대 솔직하게 풀어놓은 이야기에 공감하며 어느덧 새로운 친구, 동료가 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적 시선이나 개인 사정 때문에 일상 생활 속에서 평소 밖으로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특히 우울증, 암과 같은 부정적 인식이 있는 질병이라면 더욱 더)은 솔직하게 꺼내놓고 말하기 어려웠지만 온라인 공간에서만큼은 솔직해 질 수 있고, 가상 공간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순기능을 잘 발전시켜 나간다면 유투브를 ‘힐링튜브’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싶다.

강희경 영상팀장 kstar@hankookilbo.com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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