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적어 쾌적” 미피 마케팅 나서
산불로 위축된 관광경기 띄우기 안간힘
강원 동해시는 지난 15일 특허청에 ‘피미여행 동해시’에 대한 상표등록을 출원을 신청했다.
피미는 ‘미세먼지를 피한다’는 뜻이다. 동해시가 미세먼지 유입이 적은 청정 관광지라는 점을 강조한 마케팅이다. 동해시뿐 아니라 이웃도시 등 동해안 도시 전체가 미세먼지 청정지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특히 동해시뿐 아니라 인근 동해안 시군 모두 ‘피미여행’ 마케팅이 3주전 발생한 산불로 엉망이 된 관광경기를 되살려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동해시 관계자는 “미세먼지 없는 청정 동해안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산불 이후 위축된 지역 상경기가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해ㆍ강릉ㆍ삼척ㆍ속초시와 고성ㆍ양양군 등 강원 영동지역과 설악권은 미세먼지 청정지역이다.
백두대간이 서쪽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것은 물론, 바닷바람이 대기 순환을 빠르게 해 좋은 공기 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형적으로 두 개의 자연 공기정화 장치가 설치돼 있는 셈이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올 들어 서울 등 수도권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17차례나 내려진 반면 동해안은 세 차례에 불과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3월 5일 오후 동해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최대 79㎍/㎥로 서울(135㎍/㎥)은 물론 강원 영서(106㎍/㎥)지역 보다 현저히 낮았다.
동해시는 이를 활용, 국내외 전지 훈련단을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올 들어 육상과 축구, 하키 등 9개 종목, 108개팀, 2,400여명이 동해를 찾았다. 이미 지난해 1년 실적을 넘어섰다. 시는 상대적으로 선선한 여름철 기후를 활용해 초중고 전지훈련단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맑은 공기 속에서 1주일 가량 머무는 ‘동해 살이’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동해시내에 숙소를 마련해 놓고 해변과 촛대바위를 비롯한 명소를 두루 둘러보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상품이다. 외지 관광객들에게 삶의 질을 강조해 장기적으로 인구유입까지 노린 아이템이란 평가다.
강릉시의회도 최근 ‘피미’ 트렌드에 맞춘 관광 마케팅 전략을 집행부에 주문하고 있다.
윤희주 강릉시의원은 지난달 시의회 본회의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세먼지를 피해 강릉으로 간다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여행객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름 피서객 유치에 그치지 말고 사계절 내내 피미객을 모셔와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전지훈련팀과 각종 야외 레저스포츠대회 유치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행업계도 “오죽헌과 선교장, 커피거리 등 강릉이 자랑하는 문화컨텐츠를 적절히 접목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강릉은 물론 속초 등 설악권도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치르면서 KTX와 서울양양 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 수도권 관광객 유치가 수월해졌다는 게 관련 업계의 판단이다. 정준화(51) 설악권 번영회상생발전협의회장은 “미세먼지가 계절과 상관 없이 창궐하는 가운데 공기 질이 좋이 강원 동해안은 또 다른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산불 이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에게 힘들 주기 위해서라도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성공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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