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0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유스케’와 맞이할 또 다른 10년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모인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10주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준희 PD, 박지영 PD를 비롯해 유희열이 참석했다.
지난 2009년 4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의 정통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오는 4월 26일 440회를 통해 방송 10주년을 맞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10주년을 맞아 가수 김현철과 크러쉬, 볼빨간 사춘기,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이날 방송에서는 스케치북의 MC 유희열이 무대에 등장, ‘유스케X뮤지션’ 코너를 꾸밀 예정으로 전해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날 박지영 PD는 “저희 프로그램이 10주년을 맡게 돼서 제가 유희열이 아닌데도 기쁘다. (‘스케치북’이) 제가 회사를 다니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시청자일 때부터 KBS에서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했던 프로그램인데 연출을 한 것도 영광스러운데 10주년도 남다른 의미다. 크리에이터로서 시청자로서 여러 가지 의미로 굉장히 뿌듯하고 기쁘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이 오래오래 한국 대중문화의 지평을 이어가는 브랜드로서 계속 명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조준희 PD 역시 “KBS 예능 PD들은 대부분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연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저도 운 좋게 하고 있고, 10주년까지 같이 하게 돼서 기쁘다”는 소감과 함께 “예전에는 음악만 하시는 줄 알았던 토이와 함께 하게 돼서 기쁘다. 앞으로도 또한 계속 일할 수 있을 거다. KBS에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전국 노래자랑’을 따라잡았으면 하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다”는 욕심을 드러내 미소를 유발했다.
10년 째 ‘스케치북’을 이끌어 오고 있는 유희열은 “1회 때 녹화가 끝나고 간단한 기자 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혔던 게 기억이 난다. 제가 MC를 맡게 돼서 영광이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난 게 믿기지가 않는다. 기분이 굉장히 좋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준희 PD는 오는 26일 방송되는 10주년 특집 방송에 대해 “큰 특집 방송을 꿈꾸기도 했으나 음악을 보여주고, 뮤지션과 토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10주년을 맞이하는 자세가 맞지 않을까 싶어서 해왔던 것과 다르지 않고 출연진 라인업과 의미를 부여해서 라인업을 꾸렸다”며 “오랜만에 누가 노래를 부르시는 무대를 마련했다. 잘 돼야 할텐데 기대가 많다”고 MC 유희열의 특별 무대를 위트있게 예고했다.
이에 대해 유희열은 “10주년 특집 방송에 대해서 몇 달 전부터 고민을 했다”며 ‘’저희가 회의를 할 때 테이블에 앉아서 회의를 하는 게 아니라 10년 동안 호프집에서 회의를 한다. 지하에 있는 허름한 호프집에 가서 모든 회의를 뒤풀이 겸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데 제작진이 이번에도 10가지 정도의 안을 준비했더라“고 입을 열었다.
또 ”가능하다면 제작진이 10주년이라는 의미 부여를 거창하게 하기보다 ‘만약에 생일상이라고 친다면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받게 해달라’고, 평상시대로 똑같이 해달라고 했다. 이유가 뭐냐고 묻길래 우리가 해오던 대로 가수를 소개하는 게 우리 일이니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으나 늘 해오던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고맙게도 의견을 받아들여줬다“라고 특집 대신 평소처럼 10주년 방송을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유희열은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제작진이 마치 ‘생일빵’을 하듯이 ‘끝에 노래라도 하지 그래?’라고 제안하더라. (수락한 것을) 후회하고 있고, 제작진은 즐거워하고 있다. 심지어 그걸 음원으로 내겠다고 해서 제 이름으로 나오는 음원이 한 5년 만에 나오는 것 같다. 토이 7집 이후에 처음으로 나오는 것 같아서 초긴장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스케치북’이 10년간 장수 프로그램으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에 대해 박지영 PD는 “유희열 씨라는 아이덴티티가 가지는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PD는 “지금 현재 가장 음악 신에서 대중들이 좋아하면서도 음악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을 프로그램에서 살려서 대중과 함께 호흡하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저희 프로그램에서 데뷔를 하고 지금 유명해지신 분들도 계신데, 그 분들과도 계속 유지를 하려는 노력과 정성이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 가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에 큰 변화에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타 프로그램과 달리 살아남을 수 있었던 큰 이유는 많은 분들이 ‘스케치북’이 개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하나의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며 “시간이 바뀌면서 제작비 문제라던지 경쟁성 때문에 위기가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지켜줬던 분들이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KBS 예능국에 계셨던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만큼은 지켜야한다고 해주셔서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익이 아주 높은 프로그램은 아니라도 20년 동안 흘러왔었던 연결을 여기서 끝내는 건 아쉬움이 있다고 많은 분들이 지켜주셨기 때문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한 유희열은 “또 다른 이유는 여기에 나오는 분들, 게스트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프로그램인데 음악계에서 ‘스케치북’을 굉장히 소중하게 대해주신다. 음악계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까지도 중요한 존재로 바라봐주신 덕분에 지금도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양승동 KBS 사장이 깜짝 방문, 꽃다발과 상여금을 전달하며 10주년을 직접 축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양 사장은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0주년이 됐는데, 2TV 심야 프로그램 가운데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며 “노고에 감사드린다. 지난 10년에 감사드리고, 앞으로 10년 잘 부탁드리겠다. 유희열 씨께서 멋지게 나이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잘 부탁드리겠다”고 말해 의미를 더했다.
유희열은 이날 간담회 말미 자신에게 ‘스케치북’이 갖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스케치북은 지금 현재 저에게 ‘생활의 중심’이다”라고 답했다. 유희열은 “이전에 제 생활의 중심이 토이 활동을 할 때도 ‘음악도시’ 등 라디오가 생활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스케치북’이 생활의 중심”이라며 “또한 제 음악 활동의 또 다른 창구다”라고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달려온 10주년을 지나, 앞으로의 10년을 향해 또 한 번 출발할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스케치북’을 이끌어 나갈 자신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 개인적으로도 ‘이걸 계속 해야 하는 게 맞나’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젊은 진행자가 저를 이어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정말 오랫동안 했었다”는 속내를 전했다.
이어 유희열은 “얼마 전에 ‘대화의 희열’에서 배철수 씨가 그 질문에 정답을 말해주셨다”며 “배철수 씨가 ‘그건 네가 고민할 게 아니다. 네가 필요 없으면 당장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할거다’라고 하는데, ‘내가 오만했구나’ 싶더라. 감사하게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저의 욕심인 것 같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때 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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