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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텍 눈물 멈췄지만… 콜트 “회사 망친 노조 오명 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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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텍 눈물 멈췄지만… 콜트 “회사 망친 노조 오명 씻겠다”

입력
2019.04.23 18:34
수정
2019.04.23 23: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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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29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홍인택 기자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293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홍인택 기자

“우린 기업을 망친 강성노조가 결코 아닙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린 법관들의 양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지금 여기에서 농성을 계속 이어 나갈 겁니다.”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 농성장에서 만난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 지회장은 다시금 이를 꽉 깨물었다. 함께 싸워온 콜텍 노조의 복직투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날이지만, 그래서 무척이나 축하해줘야 마땅한 날이지만, 가슴 한 켠이 시린 건 어쩔 수 없다. 콜트악기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아서다.

13년간의 투쟁에도 사람들은 콜텍과 콜트악기를 곧잘 헷갈려 하지만, 두 회사는 엄연히 다른 회사다. 1973년 설립된 콜트악기는 전자기타, 1988년 설립된 콜텍은 통기타를 생산한다. 동시에 뗄래야 뗄 수 없는 회사이기도 하다. 박영호 대표와 가족 지분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07년 정리해고 이후 콜트와 콜텍 두 회사 노조는 힘을 합쳐 싸워왔다. 2011년 4월 대전 콜텍 공장에서 투쟁하던 콜텍 노동자들이 인천의 콜트악기 공장으로 상경한 이후, 두 노조는 매각된 인천 콜트악기 공장 부지에서 정리해고 무효를 주장했다. 2013년 2월 행정대집행으로 인천 공장에서 쫓겨난 이후 광화문, 여의도 일대를 떠도는 신세가 됐지만 한 가족 같은 존재가 있어 외롭진 않았다.

콜텍 노사 조인식이 열린 23일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이인근(오른쪽부터) 금속노조 콜텍 지회장, 42일간 단식한 임재춘 조합원, 올해 60세로 정년을 맞이하는 김경봉 조합원이 꽃다발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콜텍 노사 조인식이 열린 23일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 기자회견에서 이인근(오른쪽부터) 금속노조 콜텍 지회장, 42일간 단식한 임재춘 조합원, 올해 60세로 정년을 맞이하는 김경봉 조합원이 꽃다발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희망은 콜텍을 먼저 찾았다. 콜텍 노사는 이날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에서 만나 합의서를 교환하고 악수를 나눴다. 합의안은 △정리해고에 대한 유감 표명 △5월 2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 세 명 명예복직 △해고기간을 보상하는 합의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교섭에 나선 이후 13번 차례 협상 끝에 나온 합의안이자 임재춘 콜텍지회 조합원이 성실한 교섭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지 42일만에 마련된 합의안이다.

방 지회장은 콜텍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재춘이가 40일 넘게 단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방 지회장도 단식 농성 경험이 있어서다. 2015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강성노조 때문에 콜트악기, 콜텍이 문 닫았다”고 발언한 데 대해 항의하기 위해 45일간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던 경험이 있어서였다.

콜트악기는 아직 희망과 거리가 멀다. 대법원은 2012년 2월 콜트악기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며 원직 복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콜트악기 노동자들은 석 달 만에 다시 해고됐다. 콜트악기는 국내 공장을 정리하고 해외 공장까지 콜텍에 매각했고 업종까지 ‘악기 제조 판매업’에서 ‘부동산 임대업’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해고자를 복직시킬 공장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콜트악기 노조는 다시 소송을 냈지만 2017년 5월 대법원은 “국내 공장이 없어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 실익이 없다”는 회사 측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23일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대법원앞에서 29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홍인택 기자
23일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대법원앞에서 29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홍인택 기자

그럴 때 사법농단 수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5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콜텍 사건을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 가운데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분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방 지회장은 “2017년 대법원 판결 이후 속앓이만 해왔는데 사법농단 수사를 지켜보다가 진짜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콜트악기 노조가 지난해 7월 서초동 대법원청사 앞을 농성장으로 잡고 ‘사법농단 진상 규명 후 완전 복직’을 외치고 있는 이유다.

콜트악기 노조 측은 콜트악기의 공장이 없어서 복직이 어렵다면, 콜텍이라도 고용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콜텍에서 생산하는 전자기타엔 지금도 ‘콜트기타’란 이름이 버젓이 찍혀 나온다. 하지만 콜텍은 “어쨌든 엄연히 다른 법인이라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초동 앞에서 방 지회장이 농성을 벌인지 어느덧 293일. 지난 겨울을 버텨내느라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할 만큼 몸이 상했지만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강성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했다’는, 그 말을 취소시키는 게 콜트악기 조합원 21명의 목표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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