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류기간은 2박3일이 유력하다. 현지 예상일정은 17년 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선을 연상케 한다. 선대의 위업을 받들어 러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체제의 정통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3일 코메르산트를 비롯한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다음날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26일 다시 전용열차에 올라 평양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도 2002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날 바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났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정상회담 직후 26일부터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한다. 극동연방대학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던 곳으로, 김 위원장은 대학 내 호텔에 묵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매체는 “김 위원장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호텔이 아닌 전용열차에서 머물 것”이라고 점쳤다.
김 위원장은 회담 전날인 24일 저녁 푸틴 대통령과 만찬을 가질 것으로 러시아 매체들은 예상했다. 또 회담을 전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무는 동안 러시아의 주요 시설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세계적 수준의 발레 공연이 펼쳐지는 마린스키 극장 극동지부나 극동지역 최대 규모의 수족관을 찾고, 러시아 해군 태평양함대 소속 함선에도 승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 현지 식료품 생산공장 시찰, 전몰용사기념비 헌화, 연해주 지역 문화유적지 방문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즉흥적인 김 위원장의 성격상 최종 일정은 러시아에 도착한 뒤에야 확정될 전망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앞서 2002년 8월 4박5일 일정으로 전용열차를 타고 러시아 극동지역을 찾았다.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의 '가반' 호텔에 체류하면서 빵 공장 '블라드흘렙'을 방문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도 부친이 거쳐갔던 곳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물론 ‘깜짝 외출’ 가능성도 남아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전날 밤 돌연 호텔을 나와 관광에 나서 벌겋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2시간 넘게 시내를 활보한 전례가 있다.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에 싣고 온 리무진으로 시내를 여행할 계획이다. 러시아 측은 리무진이 기차역 플랫폼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블라디보스토크 역사의 차량 출입구를 20㎝ 가량 파내는 등 영접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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