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제재ㆍ리비아 내전 겹쳐… 브렌트유 3% 올라 6개월 만에 최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와 관련해 한시적 예외 조치를 종료하면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관련국들이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티(UAE) 등 산유국의 협조로 유가 안정화에 나선다는 복안이지만 이란산 원유 공급 중단을 상쇄할 만한 증산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해 유가 상승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면제 조치는 없다”며 ‘이란산 원유 수출 제로’를 공언하면서 사우디와 UAE로부터 충분한 원유 공급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을 통해 "이란 원유에 대한 현재 우리의 전면적 제재에서 비롯되는 (원유 공급량) 격차를 사우디를 비롯한 OPEC 회원국들이 그 이상으로 보충할 것"이라며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7%(1.70달러) 오른 65.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3.04%(2.19달러) 상승한 74.16달러까지 뛰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지난해 10월 말 이후 약 6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제재와 리비아 내전 심화에 이어 이란산 원유 전면 제재까지 겹치면서 공급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된 탓이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 장관은 즉각적인 증산 언급은 피한 채 “충분한 공급과 균형적인 시장을 보장하기 위해 다른 산유국과 조율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우디가 유가 하락을 촉구하는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더라도 유가 수준의 눈높이가 달라 충분한 증산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막히게 된 이란은 즉각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며 반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알리레자 탕시리 사령관은 “적이 위협하면 우리는 이란의 영해를 방어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호루무즈 해협은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핵심 통로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이란은 서방과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했으나 실제 실행한 적은 아직 없다.
이란 원유를 수입해오던 중국과 터키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의 일방적 조치를 순순히 따를지가 불투명해 미중 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는 길을 찾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라며 “이 경우 미국은 중국 금융기관에 제재를 가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연구소장은 “이란 제재가 미중 관계의 큰 난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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