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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행복감의 세가지 얼굴

입력
2019.04.2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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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알머슨의 ‘행복’. 디커뮤니케이션 제공
에바 알머슨의 ‘행복’. 디커뮤니케이션 제공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아시나요? 미국 정치인 부부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오로지 권력욕 하나로 살인, 모함, 선동, 조작 등을 거침없이 저지르며 살아갑니다. 심지어 영부인인 아내가 남편을 배신하고 본인이 대통령에 오르며 마지막 시즌이 끝났습니다. 이 쇼킹한 내용을 따라가며 많은 시청자는 생각합니다. ‘왜 저렇게까지?’

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그들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 안의 욕망을 마주합니다. 어릴 때 나를 따돌리던 주동자보다 좋은 기업에 갔으면 좋겠고, 언니와 맨날 비교하는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형부보다 나은 배우자와 결혼하고 싶고. 동창 경자네 아들은 연세대를 갔다는데, 재수생인 내 아들은 정오가 지나서야 일어나고….

이렇듯, 우리도 각기 결핍과 욕망을 가지고 있고 채우기 위해 애씁니다. 그런데, 채워진 후에는 모두 해피 엔딩인가요? 아닙니다. 그럼 모두 새드 엔딩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뉩니다. 오래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는 한편, 회의감과 우울증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정신적 성숙도의 차이?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몇 년 간 상담을 받은 분들이 후에 남긴 2700여 건의 후기 글들을 분석한 결과 작은 결론 하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개인이 호소한 행복감은 크게 세 가지 스타일로 나누어진다는 것과, ‘자신에게 맞는 유형을 가졌을 때 행복감이 체감된다는 것.’

그 세 가지는 동양 불교의 오욕락(五慾樂)과 이고득락(離苦得樂), 그리고 심리학자 앨버트 벤듀라가 주장한 자기효능감과 닮아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오욕락은 식욕, 성욕, 수면욕, 명예욕, 물욕을 말합니다. 이것은 죄나 탐욕이고 행복이 아니라는 시선도 있지만, 고대 불교에서는 지속시간이 짧고 일시적일 뿐 이 역시 행복에 포함된다는 입장이 존재합니다. 단지 영속성이 적을 뿐이지요. 두 번째는 ‘고통이 사라진 곳이 행복이다’라는 뜻의 이고득락입니다. 예를 들면 이별의 아픔, 독신의 외로움이 사라진 것이 행복, 취업의 절박함이 사라지는 것이 행복이다, 라는 겁니다. 여전히 독신이지만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상태일 수도 있고요. 취준생이지만 조급함 대신, 진짜 원하는 분야를 찾고, 천천히 준비하기를 결심했다면 이 또한 이고득락에 해당됩니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에서 벗어나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죠. 무언가를 얻는 것과는 별개로 고(苦)를 제거하면서 평온한 상태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오욕락이 ‘채운다’라면, 이고득락은 ‘비운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자기효능감은 얻는다, 비워낸다라는 상황적 입장과는 별개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해당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느낌이랄까요. ‘극한에 몰리면 퇴사해도 돼. 왜? 나는 이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봉을 이 정도 깎는다면 갈 곳은 분명히 있고, 적어도 확실히 굶어 죽지는 않아.’ 자신감과 비슷하지만 무턱대고 잘났다는 느낌이 아니라, 축구팀의 전력을 정확히 알고 있는 감독과도 같은 상태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인생을 충분히 숙고하고 객관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상태로,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자신을 지켜주는 중심축 같은 감정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어떤 것에 이끌리셨나요? 어느 쪽이든 우열은 없습니다. 어릴 적 가난이 너무 끔찍해서 어떻게든 부유하고 싶다면 그 또한 옳습니다. 직장이 너무 괴로워서 조금 덜 벌더라도 이직해야겠다면 이고득락 또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골랐는가 보다 중요한 것은, 옷 한 벌을 살 때도 무조건 비싼 매장에 들어가기보다 내 사이즈부터 정확히 알아야 하듯 내 정서적 사이즈와 핏도 충분히 알아본 뒤 ‘능동적으로 골라낸 행복의 지향점’,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요?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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