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25일이 유력
극동연방대서 회담 가능성
북러 정상 간 18번째 만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식 초청 이후 11개월 만에야 성사를 앞두고 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대면이자, 북러 정상 간 18번째 만남이다.
김 위원장 방러 초청은 북미 정상회담을 2주 남짓 앞두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방북한 지난해 5월 31일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친서를 통해 같은 해 9월 개최 예정이던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다음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러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음을 일제히 알렸다.
이후 친서 교환이 두 차례 더 이뤄졌다. 6월 중순 김영남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러시아를 찾았을 때 김 위원장 친서를 푸틴 대통령에게 전했고,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 방문을 거듭 요청했다. 9월 초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 국가평의회 의장이 북한을 찾아 푸틴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이후 북러 교류는 활발히 이뤄졌지만, 정작 정상회담 날짜 확정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 위원장 방러 날짜가 조만간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고, 북러 정상회담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주요 인사들의 왕래가 시작됐고, 이달 18일 “김 위원장이 4월 하반기 러시아를 찾는다”는 발표가 크렘린궁에서 공식적으로 나왔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초청 이후 북러 정상회담 성사 직전까지 논의가 전개된 적이 최소 세 번 있었는데, (미국 등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문제로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과 회담한 이후 8년 만이다. 22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러 정상회담은 김일성 주석 집권 당시 13차례, 김정일 위원장 집권 당시 4차례 열렸다.
김 주석의 경우 1949월 3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아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만난 것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9차례 모스크바를 찾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러가 직접 밝히지 않았으나 외교 문서 등을 추가로 파악된 비공식 회담이 4차례”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러시아 정상과의 회동 4번은 각기 다른 곳에서 이뤄졌다. 북한 평양,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울란우데(시베리아 부랴티야공화국 수도)다.
현재로선 24~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있는 극동연방대에서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선발대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창선 부장이 이곳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어서다. 일본 교도통신은 22일 김 위원장이 24일 특별열차로 하산을 통해 러시아에 들어가 루스키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찬을 하고, 25일 푸틴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발레 공연으로 유명한 마린스키 극장 극동지부, 수족관, 러시아 해군 태평양함대 등도 시찰 예정지로 거론된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회담 준비 작업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하면서도 구체적인 회담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북러 정상회담 의제로는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함께 북러 간 경제협력이 오를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들의 체류 기간 연장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나온다. 올해 3월 발표된 러시아 대북제재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는 1만1,500명 수준이다. 수행단에는 리수용 노동당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김영재 대외경제상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