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버릇 남 못 준다” “트럼프 벤치마킹 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각 당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지적부터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이어졌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황 대표를 날 세워 비판했다. 우 의원은 “황교안이라고 하는 사람이 80년대 민주화 운동 때 공안검사 출신이다. 민주화 운동가를 빨갱이로 둔갑시켜 감옥에 보내 출세한 사람”이라면서 “문 대통령을 빨갱이로 매도해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 이 버릇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양반 공안검사라고 안 몰아붙이려고 했는데 개 버릇 남 못 준다”며 “정치를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 의원은 분을 삭이지 못한 듯 “이 양반이 원고를 읽고 있더라. 즉석에서 한 게 아니다. 보수의 지도자로 우뚝 서려고 일부러 싸움을 건 것”이라면서 “가만 놔두면 안 된다.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니 국회도 마비시키고, 장외로 나가고, 대통령 매도하고, 온갖 인사는 다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제는 여당도 봐주지 말고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을 통해 “황 대표가 발언의 여파를 계산했는지 모르겠다”면서 “(황 대표의 발언은)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나 여당에서 이런 상태의 제1야당하고 무슨 대화를 하겠느냐. 이제 국회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대표가 보수통합을 위해 강한 발언을 쏟아냈을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 이 의원은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를 벤치마킹 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이 상황에서 제도권을 이탈한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태극기 시위를 일으켜서 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한국당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좌파 천국을 만들었다” “경제를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 “자존심을 팔아먹고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고 구걸하고 다닌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황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대규모 장외집회에는 2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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