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남성 보육교사-이런 건 어떨까요
돌봄 노동에 여성 참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은 아니다. 독일과 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나 미국 등에서도 남성 보육교사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영유아기에 모성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 다르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남성 보육교사 비율이 전체의 1%도 채 안 되는 심각한 불균형이 국내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이유는 돌봄 노동의 열악한 처우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기준 어린이집, 유치원 신규 교사(1호봉)의 월 급여는 160만~185만원 남짓. 이마저도 국공립에만 해당되는 금액으로, 원장과 직접 계약해 급여를 협의하는 민간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 교사 중에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경우도 많다. 국공립과 사립 등 설립 유형을 막론하고 보육(교육)기관의 열악한 처우는 여성보다 일반적으로 가정 부양의 부담을 더 많이 느끼는 남성들을 끌어들일 유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 김모(25)씨는 “지금이야 젊으니까 가능하지만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으로는 결혼 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보육교사의 저임금 근로조건은 돌봄 노동을 저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박원순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남성 인력이 많이 몰리는 직업군은 대부분 고임금 등 처우 수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며 “보육 서비스 직종의 열악한 처우 개선 문제는 남녀 교사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이지만,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남성 인력을 끌어들이기는 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는 건 여성의 몫이란 가부장적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과거에 비해 남성의 육아 참여 비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국내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4년 3,400여명에서 지난해 1만7,600여명으로 4년 사이 5배 이상 늘었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7.8%에 불과하다. 남성들이 유아교육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것조차 꺼리는 이유도 ‘육아=여성의 일’이란 뿌리 깊은 고정관념 탓이 크다. 광주 방림유치원 교사 임정섭(27)씨는 “유아교육 관련 일을 하고 싶어도 여자들이 많은 분야란 이유만으로 지원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 남녀 모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남자 보육교사의 수도 늘어날 수 있다. 김낙흥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전인 발달을 위해서라도 남자 교사의 역할은 보육 및 교육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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