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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흔드는 북, 꿈쩍 않는 미... ‘비핵화 냉각기’ 기싸움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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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흔드는 북, 꿈쩍 않는 미... ‘비핵화 냉각기’ 기싸움 팽팽

입력
2019.04.21 17:26
수정
2019.04.22 00: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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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폼페이오 교체 요구 이어 최선희 “볼턴, 멍청해 보여”

美, 빅딜론 고수하며 맞대응 자제… 日 등 동맹 관리에 신경

북러 정상회담이 사나흘 앞으로 다가온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왼쪽) 국무위원회 부장이 학교 내 한 건물을 둘러본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북러 정상회담이 사나흘 앞으로 다가온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 격인 김창선(왼쪽) 국무위원회 부장이 학교 내 한 건물을 둘러본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2ㆍ28 하노이 담판 결렬 뒤 냉각기에 대처하는 북미의 자세가 판이하다. 기존 협상 구도를 어떻게든 흔들어 보려 안간힘을 쓰는 듯한 북한과 달리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대북 제재 국면에 더 힘든 쪽은 내핍(耐乏)하는 북한일 수밖에 없지만, 교착이 길어지면 인화(引火) 가능성도 커지는 만큼 미국도 느긋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어느 정도 제재 장기화를 각오한 모습이다. 최근 시정연설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문한 자력갱생 총력전이 관철되도록 연일 관영 매체를 동원해 인민들을 독려하며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중이다. 21일에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의 시정연설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라는 논설을 통해 “시정연설을 심장 깊이 쪼아 박고 당과 공화국 정부의 두리에 굳게 뭉쳐 자력갱생의 혁명 정신으로 사회주의 강국 건설 위업을 빛나게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 총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돌파구를 찾느라 분주하다. 아무래도 최대 걸림돌은 제재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탈북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의 노동당ㆍ군부가 타격을 받고 있다”며 “엘리트 계층의 불안정은 김 위원장의 권력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임박한 북러 정상회담에 북한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바도 제재 이완일 공산이 크다. 21일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러시아가 회담 기간 유엔에 제재 완화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잇단 ‘저강도 도발’도 ‘협상 교착 국면을 방치하지 말라’는 대미 경고라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북한은 한동안 자제하던 무기 시험 공개와 미측 대북 협상 핵심 당국자 공격을 최근 재개했다. 김 위원장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 참관 사실을 관영 매체가 보도한 18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마이크) 폼페이오(미 국무장관)만 끼어들면 일이 꼬인다”며 미측에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한 데 이어, 20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매력이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며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인터뷰 발언을 힐난했다. 볼턴 보좌관은 17일 미 블룸버그통신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진정한 징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방송 CNN이 인용한 외교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핵심 참모진에게서 고립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짐작했다.

반면 미국의 대응은 침착해 보인다. 북한과의 비핵화ㆍ보상 방안 일괄 타결과 단번 이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빅딜’론을 고수하면서도 북한의 자극에 일일이 맞불을 놓지 않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19일 기자회견 때 “바뀐 건 없다. 계속 팀을 맡겠다”며 북한 요구를 일축한 게 대표적이다.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연루된 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 1명을 체포하고, 최근 북한의 전술무기 사격 시험이 제재에 저촉되는 탄도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등 유화적 대북 자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제재 이완 차단을 위한 동맹국, 특히 일본과의 공조 체계를 관리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기색이다.

북미 협상 사정을 잘 외교 소식통은 “지금은 다시 만났을 때 협상 레버리지(지렛대)를 키우기 위해 양측이 공방전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현상 타개가 아니라 관리만으로도 재선이 가능하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덜 절박해 보이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 변수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재회할 명분이 필요한 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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