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2부리그 상금왕, 마지막 18번홀 역전 버디 퍼트
“아침마다 김밥 싸주시는 어머니에게 고마워”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역대급’ 신인들이 쏟아져 나오며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지난해 드림투어(2부투어) 상금왕 이승연(21ㆍ휴온스)이다.
이승연은 21일 경남 김해의 가야 컨트리클럽(파72ㆍ6,810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올해 치러진 5개 대회 중 국내 개막전이었던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조아연(19ㆍ볼빅)에 이어 벌써 2번째 신인 우승이다.
올해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승연은 시즌 전부터 조아연, 박현경(19ㆍ하나금융그룹) 등과 함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다. 지난해 12월 효성챔피언십 컷 탈락과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33위,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48위에 그치며 높은 1부 투어의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참가 4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완전히 감을 찾았다. 특히 대회 첫 날부터 마지막 3라운드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으로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까지 보여줬다.
승부처는 마지막 2개홀이었다. 단독 선두를 달리던 이승연은 17번홀(파3)에서 6m 파 퍼트에 실패하며 9언더파로 내려왔다. 반면 같은 챔피언조의 최예림(20ㆍ하이트진로)은 버디를 기록해 10언더파로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선두를 내준 상황에서 이승연은 오히려 더 침착했다. 18번홀(파4)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이며 버디 기회를 잡았다. 반면 최예림은 9m 장거리 퍼트에 이어 짧은 파 퍼트마저 놓치며 보기를 기록해 9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이승연은 마지막 찬스를 놓치지 않고 버디를 기록, 역전 후 재역전에 성공하며 짜릿한 첫 우승의 감격을 맞봤다. 이승연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은 갤러리 앞에서 플레이하는 게 처음이고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즐기자는 마음이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정규 투어에 와서 욕심을 내기보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마지막홀 버디 퍼트 상황에 대해서는 “(버디에 성공해) 우승을 확정하자마자 항상 응원해주시고 고생하시는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며 “바쁘신데도 아침마다 김밥을 싸주시는 어머니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예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리더보드 상단을 독차지했다. 조아연은 4타를 줄여 6언더파 210타, 공동 6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출전한 4개 대회에서 모두 톱10 안에 드는 빼어난 성적이다. 지난해 2부 투어 상금순위 3위 이가영(20ㆍNH투자증권)도 공동 6위에 오르며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소미(19ㆍSBI저축은행)는 5언더파 공동 13위, 임희정(19ㆍ한화큐셀)은 1언더파 공동 27위를 기록해 다음 대회 활약을 기대케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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