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의원, 안기부 고문 후유증에 파킨슨병까지 얻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1일 “우리 세대가 겪었던 ‘야만의 시대’를 다시 돌아본다. 시대는 변화했지만, 그 변화를 만든 사람들에게 남겨진 상흔은 깊다”며 별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에게 조의를 표했다.
조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삼가 고인의 영면과 명복을 빈다. 그곳에서 아버님과 함께 화평(和平)의 술 한 잔을 나누시길”이라고 애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세 아들 중 장남인 김 전 의원은 20일 서울 마포 서교동 자택에서 쓰러져있는 것을 주택 관리인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향년 71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지병을 앓아 왔으며, 최근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 안기부에 체포돼 극심한 고문을 당한 이후 파킨슨병까지 얻게 된 탓이다.
조 수석은 같은 글에서 “‘독재’란 단어가 진정 무엇을 뜻하는 지도 돌아본다”며 “그 ‘독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 그 ‘독재’를 옹호ㆍ찬양했던 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정치적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사라졌던가”라며 “나는 ‘기억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김 전 의원 빈소를 조문했다. 노 실장은 특히 유족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조의를 전했다. 노 실장은 고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17대 국회에서 같이 활동했다”고 떠올리면서 “민주주의 투쟁 과정에서 고인이 당한 수난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께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통일, 평화를 위해 쌓은 업적을 생각한다”며 “후배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 (고인의 업적을)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앞서 중앙아시아 3개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전날 김 전 의원의 별세 소식에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전 의원의 장례는 나흘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장례를 ‘4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장지인) 광주 5ㆍ18 국립묘지에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3차 5ㆍ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에서 5ㆍ18 관련자로 인정 받았다. 김 전 의원의 입관식은 22일 치러진다. 23일 오전 6시에는 함세웅 신부가 집전하는 장례미사를 봉헌한 뒤 7시 발인식을 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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