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저자 이은형 교수 
이은형 교수가 밀레니얼 세대에 집중한 건 2년 전 독서모임 트레바리를 통해서였다. 그는 “계급장 떼고 토론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수평적인 태도, 느슨한 연대의 문화를 보며 지적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세대 갈등 연구에 정통한 미국의 문화분석가 린 C. 랭카스터는 출세작 ‘세대 간의 충돌’에서 “여러 세대를 연구했지만 밀레니얼 세대야말로 가장 획기적이며 지금과는 다른 신세대”라고 규정한다. 베이비붐세대(1946~64년생), X세대(1965~81년생) 등이 출현할 때 큰 충격을 줬지만, 기성세대와의 문화·정서 차이 정도와 파급력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스마트폰과 함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해 평등을 천부인권처럼 경험하며 자랐다. 그리고 이제 사회에 진출하며 최대 소비계층으로 떠올랐다. 기성세대는 자신들과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문화로 무장한 이들과 어떻게 공존해야할까.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이며 최초의 글로벌세대”라고 정의했다. 조직행동론, 경영전략을 주로 강의하는 이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해외 연구서와 국내 사례를 분석해 책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을 최근 출간했다. “밀레니얼 세대 특징이 국가마다 다를 것 같지만 비슷한 면이 많아요. 저는 특징을 크게 5가지로 봐요. 앞의 두 가지 특징 외에도 △공정성 이슈,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 △부모와 무선 탯줄로 연결된 세대 △부모 보다 못 살게 된 최초의 세대란 점이 있죠.”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이 교수가 본 ‘한국형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들이다. 어린 시절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며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습득했다. 통제권과 자유를 한껏 누리며 성장했고 유튜브를 통해 “남미에서 부는 오카리나 연주를 한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보면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초등학생 때부터 인터넷에 댓글 달면서 상대의 나이, 직급, 사회적 위치와 상관없이 대등하게 ‘맞짱 뜨는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거죠. 가장 큰 특징은 ‘자유’와 ‘개인화’라고 생각해요. 이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저자인 이은형 국민대 교수. 고영권 기자

책에 소개된 사례 하나. 한 중견 정보기술(IT)기업 대표는 사원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아침 독서토론회나 워크숍을 열었다. 주말에 종종 직원들과 등산도 함께하는 자신을 자상한 최고경영자(CEO)라고 확신했다. 최근 한 신입사원이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사장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데 독서 토론을 꼭 해야 하나요? 등산도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말에는 집에서 쉬고 싶습니다.” 더 큰 충격은 이후에 찾아왔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 독서토론과 워크숍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8할을 넘었다. “기성세대가 열심히 산다는 건 ‘많은 시간의 투입’, ‘개인생활을 희생하며 조직에 충성하는 것’을 의미하죠. 지금 밀레니얼 세대는 그런 성공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대표는 옷 잘 고르고 잘 입는 장점을 살려 창업했고, ‘3CE’라는 메이크업 브랜드로 사업 다각화도 성공했죠. 로레알이 6,000억원에 스타일난다를 인수했습니다. 기성세대의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죠.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세대의 노력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는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에 접근해야할까. 이 교수는 “목표를 잘게 쪼개 자율과 권한을 주고, 업무에 의미를 부여하라”고 조언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프로젝트를 그 세대 부하에게 일임하고 마음껏 시도해보라는 뜻이다. ‘엄마 가방’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대변하게 된 패션브랜드 구치, SBS의 스브스뉴스가 이렇게 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약점도 있어요. 인문학적 소양, 공동체 의식, 참을성, 거시적 관점 등은 부족하죠. 밀레니얼 세대의 강점을 발휘하도록 도우면서 약점을 보완해주면 성장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업과 조직들이 이를 이해한다면 훨씬 더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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