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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37> ‘유럽 최고봉’ 몽블랑 놓고 프랑스-이탈리아 자존심 싸움

입력
2019.04.19 19:00
수정
2019.04.19 19: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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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몽블랑 제일 높은 세 봉우리는 우리 것” 

 이탈리아 “정상 능선 따라 그은 국경 유지해야”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몽블랑산 정상의 국경선을 두고 150년 넘게 분쟁을 벌이고 있다.인디펜던트 캡처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몽블랑산 정상의 국경선을 두고 150년 넘게 분쟁을 벌이고 있다.인디펜던트 캡처

‘유럽의 지붕’ 알프스산맥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봉우리(4,810m)를 지닌 몽블랑(Mont Blanc)산. 프랑스어로 ‘흰 산’이라는 뜻이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이 산을 ‘몬테 비앙코(Monte Bianco)’라 부른다.동일한 산을 두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서로 다른 고유명사를 고수하는 이유는 몽블랑이 두 나라간 국경 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와 중국국경에 놓인 백두산을 중국이 ‘장백산’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150여년 전 이탈리아공화국이 수립된 후부터 현재까지 이 몽블랑의 주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19세기 중반이탈리아가 통일되기 전까지 몽블랑의 주인은 수차례 바뀌었다. 15~18세기엔 지금의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사보이 공국(훗날 사르데냐 왕국)의 영토였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전쟁이 한창이던 1792년 프랑스군이 사보이를 점령하면서 몽블랑산은 프랑스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사르데냐 왕국이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난 뒤1823년 몽블랑 정상 능선을 따라 사르데냐 왕국과 프랑스의 경계가 정해졌다. 1861년 사르데냐 왕국을 주축으로 이탈리아가 통일된 뒤 부터 지금까지도 이 국경선은 법적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북 대서양조약기구(NATO)군대의 지도도 이를 공식 국경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현 국경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프랑스는 몽블랑산에서 가장 높은 세 봉우리(몽블랑ㆍ돔 뒤 고테ㆍ푼타헬브로너)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1796년 사르데냐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나폴레옹이 이세 봉우리를 프랑스 영토로 삼았다는 게 근거다. 물론 양국의 분쟁은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나 무력충돌로 치닫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 분쟁 자체가 ‘누가 유럽의 최고봉을 차지하느냐’를 놓고 벌이는 자존심싸움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1985년유럽연합(EU) 회원국 간에 체결된 국경개방조약인 솅겐조약의 영향으로 유럽 내국경의 의미 자체가 옅어진 까닭도 있다. 양국은 솅겐조약이 체결되기 전인 1947년과 1963년두 차례에 걸쳐 국경선 문제를 협의하면서도 몽블랑 국경은 의제로 삼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9월 몽블랑 프랑스령 샤모니(Chamonix)시가 내린 갑작스런 결정으로 고요하던 몽블랑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샤모니시장이 등반가들의 안전을 명분으로 샤모니에서이탈리아령 쿠르마유르로 연결되는 국경문을 봉쇄해버린 것이다. 이에 이탈리아는 “프랑스의 국경 폐쇄로 이탈리아 산행구조대의 통행이 불가능해져 등반가들의 안전이 더 위협받게 됐다”고 반발했다. 앞서 6월에 열린 몽블랑 프랑스령과 이탈리아령을 오가는 케이블카 개통식에서도 양국간 삐걱거림이 드러났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는 프랑스를 침략한 적이 없다”는 말로 프랑스 정부 측 인사의 불참을 꼬집었다.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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