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더라도 유럽연합(EU)으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국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ㆍ제13장)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언론사 부장 초청 간담회에서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안 할 경우 EU가 보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EU FTA에 제재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EU 집행위원회는 행정부 격인데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EU 의회로부터 굉장히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며 “그렇게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ILO핵심협약 체결문제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한-EU FTA협정에 따른 보복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과장되고 선동적인 추측에 가깝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 장관은 “한-EU FTA는 EU가 맺은 첫 FTA로, 제대로 작동을 안 하면 EU 안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EU 의회에서는 한국과의 ILO 협약 비준이 제대로 안 되면 한국과 관계 발전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상태”라고 덧붙였다. EU는 한국이 한-EU FTA 협정 13장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작년 12월 분쟁 해결 절차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에 돌입했다. 정부 간 협의는 지난달 18일 구체적인 성과 없이 끝났다. EU는 한-EU FTA 무역위원회가 열린 지난 9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성과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 간 협의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분쟁해결 절차인 전문가 패널이 소집된다. 협정 당사국과 제3국인으로 구성되는 3명의 전문가 패널은 수개월 내에 한국의 협정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보고서를 내게 된다. ILO 핵심협약 체결을 위해 한국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도 보고서에 담기게 되는데, 협약체결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면 한국은 국제적으로 ‘노동권 후진국’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의 정신인) 결사의 자유는 국제사회에서 기본 규범”이라며 “1990∼2000년대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한창일 때 노조를 어떻게 (체제에) 편입시킬 것인가가 과제로 대두하자 ILO의 결사의 자유 원칙을 기본 규범으로 하고 이를 자유무역 국가가 준수하도록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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