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1,2
존 톨랜드 지음ㆍ민국홍 옮김
페이퍼로드 발행ㆍ848쪽, 724쪽ㆍ각권 3만8,000원

아돌프 히틀러(1889~1945)는 절대 악으로 간주되곤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으로서보다 유대인 대학살을 주도한 학살자로 더 자주 소환된다. 히틀러에 대한 일말의 동정마저 금기다. 악인으로 이미 규정된 인물이다 보니 사람들은 그를 잘 알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은 제목이 명시하듯 히틀러에 대한 책이다. 오스트리아 세관원의 아들로 태어나 그림과 건축을 평생의 일로 꿈꾸었다가 독일민족주의에 경도돼 1차 세계대전에 독일군으로 참전한 일, 제대 후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나치)에 가입해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한 후 독일 수상을 거쳐 권력의 정점 총통에 올라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과정을 다룬다. 누구나 알고 있을 내용이고, 히틀러 관련 여느 책에서 언급했을 역사다.

책은 역사가 지나치거나 유실된 부분을 최대한 복원한다. 히틀러라는 성은 어떻게 유래했으며, 히틀러의 아버지는 어떻게 세관원으로 자수성가했는지 등 가계의 뿌리부터 살피며 인간 히틀러의 근원을 짚는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 교우 활동, 형제자매와의 친소 등도 상세히 묘사돼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히틀러는 어린 시절 모험소설을 통해 고통을 참는 게 용기가 있다는 증거임을 알게 된 후 아버지가 채찍질을 해도 울지 않기로 결심했다. 결심 며칠 후 아버지는 몽둥이를 들었다. 히틀러는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으며 고통을 참아냈다. 이후 아버지는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히틀러가 훗날 자신의 비서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히틀러의 아버지는 세 번 결혼했다. 히틀러는 셋째 부인의 네 번째 아이였다. 히틀러의 어머니는 불우하고 불우했다. 자신의 배로 낳은 아이 여섯 중 넷이 유아 때 눈을 감았다. 죽음도 고통스러웠다. 힘겹게 암 투병을 하다 숨졌다. 히틀러는 아픈 어머니를 위해 헌신했다. “의사 생활을 통틀어 수많은 죽음을 보아 왔지만 아돌프 히틀러처럼 슬퍼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주치의 블로흐의 회고다. 블로흐는 유대인이었다. 책은 히틀러의 유대인 증오가 블로흐로부터 싹텄을지도 모른다고 가정한다.

아기 시절 아돌프 히틀러. 독일연방기록물보관소

저자 존 톨랜드는 누구나 알 만한 역사라는 뼈대에 살을 붙여 책을 완성했다. 청년시절 하숙집 주인 등 히틀러 주변 인물 200여명의 인터뷰와 미공개 일기, 서한, 공식문서가 살이 됐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10여년 동안 이 책을 썼다. 책은 히틀러의 삶에 대한 입체적 접근을 넘어 실체에 다가간다. 책을 읽다 보면 히틀러의 면모가 뚜렷해진다. 히틀러는 불굴의 신념과 단단한 의지를 지닌 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신념과 의지가 향한 방향은 인류 보편과 크게 어긋났다.

저자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히틀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모순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이 점이 가장 의미 있는 결론일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히틀러를 이렇게 정의한다. “히틀러는 루시퍼와 프로메테우스를 합친 비뚤어진 천사였다.”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표지. 페이퍼로드 제공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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