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되든 상관없다. 하지만 누가 나와도 국민당이 우위에 있다.”
‘대만의 트럼프’를 꿈꾸는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 그룹 회장이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중국이 내심 반기고 있다. “대만의 정권교체에 관심 없다”고 애써 거리를 두지만, 대만 독립을 부르짖으며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부각시키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우회적으로 때리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8일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독립하려는 세력을 누르지 못할 것”이라며 “대만의 잦은 정권 교체는 양안 간의 반짝 변화만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다”고 일갈했다. 4년 임기인 대만 총통이 교체될 때마다 정치성향에 따라 양안 관계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한 전례를 지적한 것이다. 2008년 출범한 친중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권은 ‘독립 불가ㆍ통일 불가ㆍ무력 불사용’ 원칙을 앞세워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2016년 집권한 현 차이 총통은 미국을 끌어들여 연일 중국과 맞붙으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겉으로는 거리를 두면서도, 실제로는 국민당 후보를 전폭 지원하는 뉘앙스다. 특히 “궈 회장이 출마해 차이 총통을 비롯한 집권 민진당 후보 누구와 붙어도 모두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강조했다. 이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을 함께 거론하며 “궈 회장의 지지율은 한 시장과 맞먹는 수준이고, 차이 총통에 비해서는 훨씬 앞선다”고 평가했다. 한 시장과 궈 회장 모두 야당인 국민당 소속으로, 정치적으로 날을 세우기 보다는 중국 본토와의 경제협력과 교류를 강조하고 있어 중국 정부로서는 차이 총통에 비해 한결 수월한 상대다.
다만 환구시보는 “중국은 이제 대만 총통 자리를 놓고 친중이든 반중이든 성향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양안 간 대립은 미국에 좋은 꼴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궈 회장의 출마선언으로 대만 대선 구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유력 주자인 한 시장은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의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한 시장은 출마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궈 회장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국민당의 인재”라며 “총통 선거에 출사표를 던져줘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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