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7일 변호인을 통해 형집행정지 신청을 하자 자유한국당이 석방론을 제기하며 들썩이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여성의 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고, 다른 지도부도 석방 주장에 가세했다. 그동안 일부 친박 정치인들이 석방을 요구한 적은 있지만 제1 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나선 것은 처음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박 전 대통령 석방 여부를 둘러싸고 자칫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신청서에서 “경추 및 요추디스크 증세 등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면서 “통증과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치소 내에서는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형사소송법에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자가 형의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을 때’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각 검찰청에 설치된 형집행정지심의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심의위에 참여한 의사가 위급하다고 판단하고 다른 위원들이 수긍하면 얼마든지 형집행정지가 내려질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의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이 중요한 것이지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
이런 절차를 모를 리 없는 한국당이 ‘박근혜 석방론’을 점화하고 나선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과 ‘보수 통합’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원이 17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보석을 허가하자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한 석방 결정”이라며 사법부를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 지사 구속 후 자신들이 삼권분립 훼손 운운하며 비난했던 여당의 ‘재판 불복’ 행태를 그대로 답습한 꼴이다.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정치적 책임이 있는 세력이다. 그런데도 반성은 제대로 하지 않고 석방만 외치고 있으니 ‘박근혜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 문제는 법 절차와 사법부 판단에 맡기는 게 공당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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