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10명 중 4명이 ‘가족 생계는 남자가 책임진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의 의사를 밝힌 경우는 10명 중 3명에 그쳤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18일 서울 은평구 연구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남자다움’을 의미했던 규범들을 20대 남성들은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만 19~59세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족의 생계 책임은 남자가 져야 한다’는 항목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규범이지만 20대 남성은 41.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 동의한다(33.1%)는 응답보다 높았다. 하지만 20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대의 남성은 동의한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남자는 무엇보다 일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항목에도 20대만 동의하지 않는다(39.9%)는 응답이 동의한다(34.1%)는 답보다 많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50대의 경우 ‘동의한다’는 응답은 절반(52.5%)을 넘어‘동의하지 않는다’(17.1%)는 응답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교육 기회를 보장받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사회에서 자라나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은 젊은 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라고 생각한 20대 남성은 전체의 59.9%로 50대(23.3%)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마 실장은 젊은 층이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이 높은 이유로 군 복무 경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남성우월주의적인 온라인 사이트 방문 경험의 영향 등을 꼽았다. 실제로 20대의 73.5%는 군복무로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답해 전체 평균(55.0%)을 크게 웃돌았다. 마 실장은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제도와 문화 개혁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징병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 성역할 고정관념을 담은 초등학교 교육 내용 변경, 상급자의 권위에 복종을 강요하고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을 제한하는 직장 문화 개선 등을 제안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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