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전매체 “南, 군사합의 이행 의지 없어”
북한이 남측 군사 당국을 상대로 남북 군사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고 거듭 비난했다. 현재 중단된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연습이 아니어도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모든 군사훈련은 적대적 도발 행위라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8일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무분별한 군사적 망동’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경북 포항시에서 진행된 한국군 육해공 합동상륙훈련과 항공기 14대가 동원된 하와이 주둔 미국 태평양해병부대의 지난달 한국 전개 훈련을 거론하며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대결과 전쟁 위기를 조성하려는 무분별한 망동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남조선 군부 당국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를 이행할 의지가 꼬물만큼도(아주 조금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인 것과 같다”며 “남조선 군부가 떠들어대는 ‘단독 훈련’, ‘축소 훈련’ 타령이 한갓 내외 여론을 기만하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백히 시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금 온 겨레는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이 철저히 이행돼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이러할 때 남조선 군부 당국의 군사적 도발 책동은 민족의 지향과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망동이 아닐 수 없다”고도 했다.
특히 미 해병대 훈련을 두고서는 대외 선전 매체인 ‘메아리’도 “남조선 당국이 앞에서는 우리 공화국과의 군사적 합의 이행을 운운하면서도 뒤에서는 미 해병대 병력을 끌어들여 동족을 해치기 위한 불장난을 강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간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연습은 북미가 대화 국면으로 들어간 지난해부터 사실상 무기한 유예된 상태다. 대대급 이하 연합훈련은 연중 실시하되, 연대급 이상 훈련은 각자가 단독 진행하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대체 훈련들도 중단돼야 한다는 게 북한의 기본 입장이다.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에는 선전 매체를 동원한 비난 빈도를 북한이 차츰 높이는 추세다. 이를 비핵화 보상으로 자기들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를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대북 제재 해제에서 체제 안전 보장 등으로 바꿔 대미 협상 재개 명분을 만들어 보려는 북한의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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