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요. 이 인사 좋아합니다. 간결한 목례 같은 이 건넴 속에는 애틋함, 천진함, 그리고 선명함. 다시 만나요. 이 인사를 건네 본 이들 있어요. 감꽃이 피고 지는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은 이에게, 꼭 다시 만나요, 이 인사로 붙잡은 적 있어요. 봄이 돌아오면 연노랑빛 감꽃과 꼭 닮은 얼굴로 피어나는 아이들에게 이 인사해요.

떨어진 감꽃을 모아 만들 수도 있지만, 이 시에는 감나무 감꽃 목걸이 나란히 흔들려요. 감나무 감꽃 다 마르려면 오늘의 초저녁 이틀 나흘 닷새 아니면 열흘 아니면 석 달 아니면 네 철, 아니면, 아니면, 누른 건반은 튀어 오르는 건반, 지는 감꽃은 피어나는 감꽃. 감꽃 목걸이는 계속 돌아오는 시간. 이제 그만, 이 말은 생각나지 않는 생생한 시간. 우리, 둥근 발음이 모이는 시간.

암벽에 새겨지는 마음처럼, 겹이었다가 투명이 되는 물의 결처럼 절묘한 마지막 두 행을 자꾸 읽어봐요. 하나의 물결이 우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하나의 물결로 돌아가는 지점을 갖고 있을지라도, 이렇게 읽어볼 때, 불가능을 담보한 ‘도’라는 조사는 닫힘이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열려요. 물결이 건네는 말, 우리에게는 인사할 수 있는 손이 생겨요.

암벽에 새긴 마애불이 모두 닳아 없어지더라도. 닳아 없어지는 마애불은 암벽으로 돌아가는 마애불이지요. 비로소 완벽한 마애불이 되는 중이지요. 어루만지더라도, 없어지더라도, 이 시간 다음에, 다시 만나요, 이어 써 보는 중이예요. 다시 돌아온 사월, 물결의 글씨로, 암벽의 글씨로, 연노랑빛 인사해요. 다시 만나요.

이원 시인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