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구속됐다. SK관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 한 뒤 “당시 피의자의 지위 및 권한, 관련자 진술내역 등 수사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한모 고문도 구속됐다.
홍 전 대표는 2002년 ‘가습기 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전반을 책임졌다. 2011년까지 9년간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가 만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홍 전 대표 등은 이 제품의 인체 유해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제품을 만든 혐의를 받는다. 원료물질인 CMIT·MIT의 흡입독성 유무를 검사하고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같은 회사 박철 부사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제품 개발과 유통 과정 당시부터 그 위험성을 회사 수뇌부가 인지한 구체적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다른 SK케미칼 관계자들은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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