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서, 40대 방화 뒤 대피하는 주민 상대로
무차별 흉기 휘둘러 5명 사망ㆍ13명 부상
경찰, “용의자는 정신병력자”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조현병 환자 안모(42)씨가 저지른 방화ㆍ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지거나 다친 희생자 18명 대다수가 어린 학생이거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인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숨진 피해자 5명중에는 초등학교 6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을 포함, 4명이 여성이고 부상자 6명 중 5명도 여성인 것으로 확인돼 안씨가 의도적으로 여성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범인 안씨는 이날 오전 진주 4시35분쯤 4층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아파트 2층 계단과 1층 출입구 앞 등에서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2개의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안씨의 난동으로 10대 여성 2명 등 5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7명이 화재로 발생한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아파트 경비원 A(70)씨는“‘사람 살려’라는 고함 소리를 듣고 경비실 밖으로 나와 보니 자욱한 연기와 함께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는 등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고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불이 났다고 해 8층 집에서 비상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가려고 하는 데 5층 비상계단에서부터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면서 “피가 바닥에 번져 있어 무서웠지만 그냥 계속해서 내려왔는데 1층에도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불로 안씨 집을 모두 태우고 복도 20㎡가 연기에 그을린 것으로 조사 됐으며 29분만에 진화됐다. 안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향해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던지는 등 격렬하게 저항해 경찰이 총기와 테이저건을 사용해 대치 15분 만에 검거했다.
안씨의 범행은 사전에 치밀히 계획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안씨는 이날 범행 전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뿌린 뒤 신문지에 불을 붙여 방화했고, 2층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에 미리 자리를 잡고 대피하는 주민이 내려오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안씨는 경찰에서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이 있어 방어를 위해” “임금체불 때문”이라고 범행 동기를 밝혔으나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해 정확한 범행 경위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휘발유와 흉기 2자루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2010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돼 공주치료보호감호소에서 정신분열증으로 보호 관찰을 받았으며,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진주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안씨가 위층과의 갈등을 빚어 경찰이 올 들어 5차례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1월과 3월에는 각각 재물손괴와 폭행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전창학 경남경찰청 2부장을 현장에 급파해 현장을 지휘토록 하고, 이희석 진주경찰서장이 총괄하는 수사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범행동기와 피해자 조사 등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적 범행을 벌여 주민들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보고 경남경찰청 피해자보호팀 7명과 일선 경찰서 전문상담관 23명을 투입해 피해자 보호에 나섰고, 경남도와 경남교육청도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긴급 대책반을 구성했다.
진주=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권경훈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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