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 추정’ 청동 수탉조상, 폐허 더미서 극적 회수… “성당 내부 48시간 긴급안전 조치”
15일(현지시간) 발생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지구촌을 충격과 비탄에 빠트렸지만, 희생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과 더불어 ‘성당 전체의 전소는 피했다’는 사실은 위안거리다. 856년의 역사가 담긴 인류의 문화 유산을 순식간에 통째로 잃는 비극만은 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더불어, 뜨거운 화염을 무릅쓰고 성당 내부로 진입해 한줌의 재로 변해 버릴 운명 앞에 놓였던 값진 유물들을 구해 낸 ‘숨은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6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파리 소방서 사제로 복무 중인 장-마크 푸르니에 신부가 이 같은 ‘유물 구조’ 임무에 앞장섰다면서 그 사연을 소개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예수가 실제로 썼던 것으로 보는 가시면류관, 성 십자가, 십자가에 박혔던 못 등의 성물(聖物)들이 온전하게 살아남은 배경에는 전문 소방관이 아니면서도 용기를 발휘한 한 사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푸르니에 신부는 성당이 불길에 휩싸이던 절체절명의 순간, 소방대원들과 시민들이 함께 만든 ‘인간 사슬’의 맨 앞에 섰던 인물이다. “나도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달라”고 현장 지휘관에게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에티엔 로렐레르 KTO 가톨릭TV 네트워크의 편집인은 “푸르니에 신부가 가시면류관을 포함, 유물 다수를 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응급요원들도 그에 대해 “성물을 꺼내오는 데 두려움이 없었던,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군목 출신인 푸르니에 신부는 2015년 파리 연쇄테러 당시 바타클랑 극장 테러 생존자들을 위로한 경력이 있기도 하다.
당초 소실된 것으로 알려지거나 보존 여부가 불투명했던 일부 유물이 무사하다는 사실도 새로 확인됐다. 성당 지붕 위 첨탑 상단에 설치돼 90m 높이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보던 ‘수탉 청동 조상’이 대표적이다. 이번 화재로 첨탑이 무너져 내리면서 당초 불에 타 사라지거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파손됐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날 폐허 더미를 뒤지던 프랑스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에 의해 극적으로 회수됐다. 아울러 성당의 기념비적 유물 중 하나로 꼽히는 마스터 오르간도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당국은 ‘연기 피해’를 입은 유물 일부를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 건조ㆍ복원 작업을 거치도록 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로랑 누네즈 내무차관은 “15~30분만 늦었어도 대성당이 전소될 뻔했다”며 “48시간에 걸쳐 성당 건물 내부에 긴급 안전조치를 취한 뒤, 미수거 유물을 꺼내올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검찰청은 50여명을 투입, 화재 원인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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