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측 “허리 디스크로 잠 못 자”… 법조계 “허용 가능성 낮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결수에서 기결수로 전환된 첫날 검찰에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건강 상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형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도리어 신청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자유한국당 등에서 재점화하고 있는 석방여론을 계기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구치소에서 치료 불가능”..법조계선 “허용 가능성 낮아”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17일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확정된 형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유 변호사는 신청서를 통해 “경추ㆍ요추 디스크 증세 등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며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 8월 박 전 대통령에게 보석 청구 등을 신청하겠다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접견을 통해 살펴온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구치소 내에서는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고 집권한 현 정부가 고령의 전직 여성 대통령에게 병증으로 인한 고통까지 계속 감수하라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라면서 국민 통합의 명분도 앞세웠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이미 정치인으로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사법적인 책임은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재판이 완료된 이후 국민들의 뜻에 따라 물으면 될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만간 내ㆍ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참고한 뒤 형집행정지를 받아들일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결정 시한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엄격한 형집행정지 요건에 비춰볼 때 검찰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형사소송법 471조에 따르면 △심신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때 △중병에 걸려 형의 집행이 어려울 때 △임신 6개월 이상인 때 △70세 이상일 때 등의 경우에 한해 형의 집행 정지가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대부분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에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이 정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실형이 확정되긴 했지만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뇌물죄 등 국정농단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아 상고심이 진행 중이고, 1심에서 징역 6년을 받은 국정원 특활비 관련 사건도 다음달부터 2심이 시작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형집행정지는 다른 사건이 계류돼 있지 않고 그 사건에서만 형이 집행될 때 해주는 것”이라며 “다른 중요 재판들이 이어지고 있을 때는 풀어주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실제 사례를 봐도 형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교도소를 출소한 사람 중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경우는 0.07%(연평균 457명)에 불과하다.
‘정부 압박용 카드’ 등의 정치적 노림수 해석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 측이 형집행정지를 신청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추론에 힘이 실린다. 정치적 노림수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태극기 세력’의 위세가 여전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서 ‘박근혜 석방론’을 공식 제기하자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미결수에서 기결수로 신분이 전환되자마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지금까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박 전 대통령은 17일부터 영장 기한이 만료됐지만 공직선거법 확정판결에 따른 징역 2년의 실형이 집행되는 기결수 신분으로 수용된 상태다. 전 대통령의 석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이날 부로 법원에서 행정부로 넘어온 점을 이용해 정부를 압박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유영하 변호사가 국민통합과 문재인 정부의 인권에 호소한 것 또한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형집행정지를 거부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친박이라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잇달아 보석으로 석방된 만큼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게 됐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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