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치 참여에 부정적이다. 2010년 ‘진보집권플랜’ 발간 후 정치권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이래 보궐선거, 서울시교육감ㆍ부산시장 선거 등 본격적인 정치 입문은 줄곧 거절해왔다. “내겐 그렇게 뜨거운 ‘사자의 심장’이 없다”고 했고, “학인(學人)으로서 삶을 사랑한다”고도 했다. 학자들의 정치 참여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던 그는 스스로를 ‘참여형 지식인’으로 분류한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민정수석을 권유받았을 때도 “능력껏 해본 뒤 학교로 돌아가겠다”며 고심 끝에 수락했다고 한다.
□ 더불어민주당에서 총선을 1년 앞두고 조 수석 차출론이 쏟아지고 있다. 최대 격전지가 될 부산ㆍ경남(PK)에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인 그를 내보내 승기를 잡자는 구상이다. 4ㆍ3 보궐선거에서 나타났듯 PK의 민심 이탈 조짐이 심상치 않은 만큼 ‘상품성이 뛰어난’ 조 수석을 구심점으로 삼자는 것이다. 인사 검증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조 수석에게 영예로운 퇴로를 열어주려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관건은 이해찬 대표 말마따나 “본인의 의지”다. “내가 무슨 정치를 할 사람이냐며 손사래를 치고 펄쩍 뛴다”는 홍영표 원내대표 말을 들으면 현재로선 출마 생각이 없는 게 강해 보인다.
□ ‘권력 의지’로 따지면 문 대통령만큼 도마에 자주 오른 이도 없다. 정치 아마추어라는 비판, 열정과 절박함이 없다는 지적은 피아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에 맞지 않고 잘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한사코 현실정치와 거리를 뒀던 문재인이 ‘국민 속으로’ 뛰어들겠다고 결심하는 데는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문재인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권력을 손에 쥐겠다는 욕망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꼭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게 됐다”고 술회했다. (‘1219 끝이 시작이다’)
□ PK 동향에 법률가, 민정수석 등 비슷한 인생경로로 ‘리틀 문재인’으로 불리는 조 수석이 문 대통령과 같은 길을 갈지가 관심이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운명’처럼 정치에 끌려나왔듯 조 수석도 결국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조 수석이 총선에서 당선되면 일약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조 수석 공격은 문재인 정부를 흔들려는 것이지만, 잠재적 대선주자 ‘조국’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도 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어서 묘미가 있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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