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17일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을 막기 위해 변론 기록 제도 개선과 관련 감찰 활동 강화 등을 권고했다. 고위급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은 채 수사ㆍ내사 중인 형사사건의 변론을 맡아 이를 무마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이른바 ‘몰래 변론’은 묵과해서는 안 될 불법 행위다.
선임계를 내지 않았으니 변호사협회의 감독을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탈세 대상이 된다. 검찰 조사 과정에 개입해 축소 수사를 유도하거나 의뢰인에게 유리한 정보를 캐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유전무죄’의 가능성을 높여 사법 정의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판사 전관예우와 함께 사회적 지탄을 면할 수 없다.
검찰과거사위가 대한변협 자료로 파악한 내용으로는 최근 10년간 변협 전관비리신고센터에 126건의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이 신고돼 이중 66건(변호사 55명)에 징계 처분했다. 드러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숫자라 할 수 없다.
과거사위가 대표 사례로 든 정운호 사건 당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수사 관계자 사전 파악과 영향력 행사가 가능함을 과시해 사건을 수임하고 거액의 착수금과 성공 보수를 약속받았다. 선임계 제출 없이 수사 지휘 라인의 검사를 만나 의뢰인을 대변하거나 검찰 수사 방향을 파악해 방어 논리를 만들었다. 수임료는 누락ㆍ축소 신고해 탈세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횡령 등 주요 혐의 수사와 처분을 누락한 정황까지 파악됐다.
이런 행태를 막으려면 과거사위 권고대로 검찰청 출입기록과 연계해 변론 내용을 빠짐 없이 기록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상부 지휘 검사도 변론 내용이나 이후 지시 사항 기록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감찰과 징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전관 비리 변호사 대부분 과태료 처분만 받고 끝나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변협의 징계 규정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사법개혁은 난항을 겪고 있지만 검찰 안팎의 이런 고질병을 척결하는 일은 주저해서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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