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고위급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몰래 변론’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더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과거사위는 17일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아 심의한 결과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이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수사라인상 지휘 검사는 예외적일 경우에만 변호사를 만나도록 하고, 만난다 해도 만난 이유, 만남의 내용, 그 뒤 수사 검사에 대한 지시내용 등을 기록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만날 일이 있을 때 만나되,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어겼을 경우 징계를 더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과거사위는 2009년부터 최근 10년간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몰래 변론’ 관련 징계 사례들을 조사한 결과,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55명이 부적절한 변론 행위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전화 변론’ 등을 통해 검찰 수사 실무자나 지휘 라인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 이들은 대부분 검찰 고위직 출신이었다. 하지만 전관 55명에 대한 징계의 대부분은 과태료(42명), 견책(6명) 등에 그쳤다.
일단 검찰의 내사, 혹은 수사가 진행되어 사건화되는 경우 사안이 어디로 튀어갈 지 모른다. 이 때문에 사건 당사자들은 내사 종결, 수사 확대 방지, 무혐의 처분 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게 된다.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은 어느 단계에서, 어떤 수준으로 사건을 마무리시켜주느냐에 따라 거액의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을 약속 받는다. 그래서 전관 변호사들은 사건 내용에 따른 법률적 대응을 조언하기보다 인맥 등을 이용한 무리수를 두게 된다. 전관 변호사들은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선임계도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은 수임 자료가 없기에 변협의 감독도 피하고, 탈세로도 이어진다.
과거사위는 대표적 사례로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검사장 출신 홍만표(60) 변호사를 선임한 건을 들었다. 홍 변호사는 정식 선임계 없이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를 만나 수사 상황을 파악한 뒤 정 전 대표에 대한 불구속 수사 등 희망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검찰은 상습도박 혐의로만 기소하고 더 중한 죄인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이나 처분을 하지 않았다.
과거사위는 “홍 변호사의 몰래 변론이 검찰권 행사 왜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어쨌든 당시 수사 라인에 있던 검사가 전관 변호사의 몰래 변론에 응했다는 사실, 결과적으로 검찰권이 정당하게 행사되지 못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전관예우 등 잘못된 폐습에 대한 책임이 검찰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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