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24시] 촬영장서 욕설 듣고 맞고... 학대당하는 중국의 아동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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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촬영장서 욕설 듣고 맞고... 학대당하는 중국의 아동 모델

입력
2019.04.28 15:00
수정
2019.04.2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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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여아 아동복 모델의 엄마가 딸의 엉덩이를 발로 차는 장면. 인터넷에서 동영상이 확산되자 아동학대 논란과 함께 부모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중신망

젊은 여성이 세 살배기 여자아이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알고 보니 친엄마다. 아빠는 옆에서 멀뚱멀뚱 서 있다. 중국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의 아동복 촬영장에서 지난 9일 발생한 일이다.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여론이 들끓자 엄마는 다음날 트위터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며칠 뒤 이번에는 엄마가 옷가게 구석에 아이를 몰아넣고 옷걸이로 마구 때리며 욕을 퍼붓는 영상이 올라왔다. 다시 비난이 쏟아지면서 촬영장은 문을 닫았고, 부모는 세간의 지탄을 피해 숨어살아야 할 처지다.

아이는 ‘아동 모델’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오전9시부터 새벽2시까지 하루 최대 264벌의 옷을 갈아입고 사진을 찍으며 나흘간 무려 400벌의 옷을 소화했다고 한다. 옷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 웃어야 한다. 연 소득이 80만위안(약 1억3,600만원)을 훌쩍 넘다 보니 돈벌이에 혈안이 된 부모의 마음은 조급할 수밖에 없다. “아동 모델은 수명이 짧지만 몇 년 안에 평생 먹고 살 돈을 벌 수도 있다.” 다른 부모의 말이다.

2년 전 중국 '아동 모델' 붐을 일으키며 이제는 스타의 반열에 오른 페이지아신. SNS 팔로워가 150만명을 웃돈다. 중신망

달리 생각해보면 엄마가 닦달할 만도 했다. 중국의 아동 모델은 노다지를 캐는 광부나 다름없다. 아동복 시장 규모가 2017년 1,796억위안(약 30조5,320억원)에서 연 평균 14% 성장해 2020년이면 2,679억위안(약 45조5,43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산층이 크게 늘고 두 자녀가 허용되면서 아이를 위한 소비가 살아난 덕분이다. 2025년 14세 이하 인구는 2억7,000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의류업체들이 인터넷 판매에 주력하면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아동 모델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아동산업센터에 따르면 80%의 중국 가정에서 지출의 30~50%를 아이를 위해 쓰는데, 매월 평균 1만7,000~2만5,500위안(약 289만~433만5,000원) 수준이다. 이에 매년 10만명의 어린이들이 아동 모델이 되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며 가히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동 모델 양성 학원의 3년치 수강료는 24만위안(약 4,000만원) 선이다.

아동 모델이 되기 위해 한껏 꾸며 입고 오디션장에 몰려든 중국 어린이들. 중신망

아동 모델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는 110개 아동복 매장 운영자와 함께 “아동 모델의 촬영을 규제하고, 아동을 난폭하게 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아동의 권익을 해치는 사진이나 영상 사용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 대책은 미흡하다. 규정상 16세 미만 문화예술인이나 운동선수는 의무교육과 심신건강이 보장되는 것과 달리 아동 모델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미성년 프로그램 관리규정’을 개정해 이달 30일부터 아역 배우의 과도한 출연을 규제한다지만 어디까지나 TV와 인터넷방송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온전히 부모의 책임 아래 있는 아동 모델의 처우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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