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림축구’가 되살아났다. 그렇다고 영화처럼 선수들이 경기장을 날아다니며 온갖 무공을 뽐내는 건 아니다. 고질병인 축구선수들의 폭력이 도졌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일찌감치 축구 ‘굴기(崛起ㆍ우뚝 섬)’를 선언하며 2030년 아시아, 2050년 세계 제패를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중국 프로축구 리그에서 볼썽사나운 주먹다짐이 난무하면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주말인 지난 12~14일 펼쳐진 슈퍼리그 5라운드 8경기에서 무려 16장의 레드카드가 난무했다. 슈퍼리그는 16개 팀이 겨루는 중국 1부 프로축구로, 한 라운드에서 16명이 퇴장 당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앞서 8일 열린 경기에서는 발로 상대팀 선수의 머리를 가격하려다 제지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프로축구는 정부 방침에 맞춰 완다, 헝다, 쑤닝 등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뛰어들면서 규모가 급팽창했다. 하지만 지나친 상업화를 추구하다 보니 스포츠맨십은 사라지고 오로지 승리에 대한 집착만 남았다. 경기에서 이겨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폭력과 반칙이 횡행하는 무법천지로 변질됐다. 소림축구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중국 축구의 기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직업에 대한 성실성마저 잃어 눈꼴사나울 지경”이라고 혹평했다.
윗물이 진흙탕으로 변하자 아랫물도 썩기 시작했다. 중국 남부 하이난(海南)성 충하이(琼海)시에서 고교 축구리그 반칙이 난무해 학생들이 많이 다쳤고, 주최측은 향후 3년간 대회 개최 권한을 박탈당하는 사상 초유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중국 정부가 내년까지 축구선수 5,000만명을 육성한다지만, 이런 식이라면 속 빈 강정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자체 평가다. 글로벌타임스는 “어린 선수들이 나쁜 본보기를 보고 자라면서 출전 정지를 당했다”며 “어른들이 기술 향상 기회도 빼앗고, 성장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월드컵 출전’,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을 생애 3가지 소원으로 꼽았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첫 월드컵 진출은 2002년 한일이 공동 개최하면서 어부지리로 이뤘다. 외국 용병들의 활약 덕분에 2013년에는 광저우가 아시아 클럽 대항전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2030년 또는 2034년 월드컵 개최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이 실종되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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