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과거 논문과 관련한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이 후보자의 해명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공보 간사를 지낸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17일 법원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글을 올려 이 후보자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성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한 논문 네 건을 지적했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직 중이던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이 문제가 됐던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근로자 측이 회사에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권리행사나 의무 이행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회사 쪽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해 이듬해 이 후보자는 한 학술지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근로자의 청구를 한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근로기준법 강행규정의 조화를 도모한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이후 비슷한 취지의 글이 2014년, 2015년, 지난해 각각 게재됐다. 그러나 나중에 사법농단 조사ㆍ수사 과정에서 대법원의 이 판결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이 ‘정부 운영에 대한 협력 사례’라고 홍보하며 박근혜 청와대에 제시한 재판거래 의혹의 사례로 등장했다.
송 부장판사의 요구는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성이 있을 수 있는 재판의 결과를 이 후보자가 어떤 경위로 옹호했는지를 밝히라는 것이다. 송 부장판사는 “대상판결(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헌법과 법률, 영심에 따른 판결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조정과 타협의 산물로 정무적 결론에 이른 것”이라며 “(당시) 대법원이 정부ㆍ재계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한 것일 뿐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는데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송 부장판사는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이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판결이냐”며 이 후보자에게 공개적으로 답변을 요구했다. 이어 “정의의 현자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한 자리에 임명될 자격이 있는지를 후보자께서 직접 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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