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일한 5세대(G) 통신 스마트폰 ‘갤럭시S10 5G’를 판매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LG전자의 5G폰 ‘LG V50 5G’ 출시 연기로 당분간 독주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첫 5G폰 ‘메이트X’를 오는 7월 출시한다.
화웨이는 삼성,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의 ‘빅3’가 된 이후 굵직한 발표를 할 때마다 경쟁사로 삼성을 지목하며 정면 도발을 감행했다. 이번에도 화웨이는 삼성을 의식하며 메이트X가 ‘세계에서 속도가 가장 빠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최초는 뺏겼지만 최고 속도는 우리”
16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 선전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HAS) 2019’에서 숀 셩 화웨이 스마트폰 제품사업부 부사장은 “세계에서 속도가 가장 빠른 5G 폴더블폰 메이트X를 7월 일본, 유럽 등에서 출시한다”고 밝혔다.
숀 셩 부사장이 최고 속도의 근거로 내세우는 건 메이트X에 내장된 자체 개발 5G 모뎀 칩 ‘발롱5000’이다. 5G 표준 규격은 부족한 5G 망을 4G(LTE) 망으로 대체하는 혼용모드(NSA)와 전 통신 구간 5G 인프라를 사용하는 단독모드(SA) 2가지가 있는데, 발롱5000은 NSA와 SA 2가지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숀 셩 부사장은 “경쟁사(삼성)도 5G폰과 칩셋을 출시했지만 SA와 NSA를 동시에 지원하는 칩셋은 화웨이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갤럭시S10 5G 칩 ‘엑시노스5100’은 NSA 모드만 지원한다. 5월 한국에서 출시되는 ‘갤럭시폴드’ 5G 버전도 NSA 전용이다. 삼성은 SA 모드 전환을 위해서는 5G 기지국 구축 등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해 NSA 칩만 우선 탑재했다.
업계 관계자는 “NSA와 SA를 모두 지원하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건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SA가 능력을 발휘하려면 핵심 네트워크 인프라가 5G용으로 많이 준비돼야 하는데, 서비스 초기에는 그 준비가 힘들어서 NSA로 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5G 초기라, 발롱5000의 효용성을 판단하기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이론상 최고 속도는 엑시노스5100이 2Gbps, 발롱5000은 4.6Gbps이지만, 5G 네트워크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졌을 때 가능한 속도다.
◇삼성 견제해 5G 지위 높이는 전략
화웨이의 삼성 견제는 5G폰 공개를 앞두고 더 노골적으로 전개됐다. 지난 1월 삼성이 세계 최초 5G폰의 2월 공개를 예고하자 화웨이는 “2월 세계 최초 ‘폴더블 5G폰’을 공개할 것”이라며 신경전을 펼쳤다. 메이트X 공개 당일에는 갤럭시폴드보다 얇은 두께와 넓은 화면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5G 칩셋이 필요한 애플이 삼성에 엑시노스5100 공급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우리는 애플에 열려 있다”며 이례적으로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화웨이의 이 같은 전략은 삼성을 공격함으로써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 이미지를 획득하고 5G 통신과 관련된 모든 영역을 선점하려는 패권 싸움을 벌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칩셋부터 네트워크 장비, 스마트폰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로 자체 개발과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화웨이와 삼성전자뿐이다. 다른 기업으로부터 납품 받아야 하는 애플 등과 달리 삼성과 화웨이가 빠르게 5G폰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다.
숀 셩 부사장은 “칩셋, 장비, 스마트폰, 클라우드 등 5G와 관련된 화웨이의 모든 제품은 상용망에서 검증이 끝났다”며 “엔드투엔드로 연결했을 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전(중국)=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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