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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마리아” 기도와 눈물로 밤 지새운 파리지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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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마리아” 기도와 눈물로 밤 지새운 파리지앵

입력
2019.04.16 18:43
수정
2019.04.16 23:3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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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화재’ 전세계가 탄식… 문 대통령 “프랑스 화재에 꺾이지 않을 것” 위로

15일 저녁 화재가 발생한 프랑스 수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시뻘건 화염과 회색 연기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첨탑이 결국 무너져 내리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15일 저녁 화재가 발생한 프랑스 수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시뻘건 화염과 회색 연기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첨탑이 결국 무너져 내리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노트르담은 (재건축되면) 살아남을 것이다. 대부분 유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선 영원히 피가 흘러내릴 것이다.”

15일 저녁(현지시간) 발생한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에 대해 파리 시민이자 기자 겸 작가인 크리스틴 오클랑은 영국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고 불에 탄 성당도 향후 원래 모습으로 복원될 터이지만, ‘856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건물이 거대한 화마(火魔)에 휩싸여 속절없이 무너지던 바로 그 순간의 상실감과 고통, 절망감은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첨탑 붕괴하자 비명ㆍ탄식ㆍ눈물 ‘절정’

이날 오후 6시50분 성당 지붕으로 불길이 번지고, 7시7분쯤부터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확연히 보일 만큼 연기와 불꽃이 치솟자 현지는 물론, 첨단 정보기술(IT)로 지켜보던 세계 곳곳에선 탄식과 비탄, 눈물이 쏟아졌다.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뻘건 화염과 짙은 연기가 뒤덮고 있는 대성당, 불에 타 드러난 철골 프레임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을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실시간으로 전파했기 때문이다.

특히 7시40분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지 13분 만에 첨탑이 붕괴되고 뒤이어 지붕마저 무너져 내리자 슬픔은 절정에 달했다. 성당 주변 다리에 진을 치고 조기진압을 간절히 염원하던 인파는 첨탑 끝부분이 불길 속으로 떨어지자 말문을 잃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파리 시민인 티보 비네트뤼는 CNN방송에 “몇몇 사람들은 ‘오!’ 또는 ‘아!’라는 비명을 터뜨렸지만, 대부분은 그냥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던 대성당의 절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피에르 기욤 보네트(45)도 뉴욕타임스에 “가족 중 누군가를 잃은 기분”이라고 침통해했다. “우리 역사가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는 반응도 줄을 이었다.

이번 화재는 공교롭게도 부활절(21일)을 일주일 앞둔 가톨릭 성주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그 비극성을 더하고 있다. 수백명의 시민이 가톨릭 성가 ‘아베 마리아’를 합창하는 모습을 담은 한 트위터 영상은 7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캐나다의 한 누리꾼은 “나는 무신론자다. 하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진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세계 각국도 “프랑스와 슬픔 함께할 것” 위로

전 세계도 ‘파리의 상징’을 잃은 프랑스와 슬픔을 함께 했다. 각국 정상과 주요 인사들은 안타까움과 위로를 표한 뒤, 조속한 복구를 위한 연대의 의지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노트르담 대성당에 발생한 대형 화재를 지켜보니 너무 끔찍하다” “프랑스 국민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의 글을 올렸다. 다만 그는 “아마 소방용 항공기를 동원할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일종의 ‘훈수’를 두었다가 머쓱해지기도 했다. 프랑스 소방당국이 “건물 붕괴 위험 때문에 공중에서 물을 대량 살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역사적 유산을 잃었을 때 애도하는 건 우리의 본성이지만, 내일을 위해 최대한 강하게 재건하는 것 역시 본성이다”라면서 프랑스 국민이 다시 일어서길 기원했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의 위로 메시지도 이어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위터에 “오늘 밤 프랑스 국민, 노트르담 대성당의 끔찍한 불길에 맞서는 구조대와 마음을 함께 한다”고 적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은 트위터에 “고통스럽다. 우리 마음은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한다”고 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도 “파리의 노트르담은 모든 유럽의 노트르담이다. 우리 모두는 파리와 함께 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참담하지만, 누구보다 프랑스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클 것”이라며 “함께 위로하며 복원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건 과정에서 우리의 인류애는 더 성숙하게 발휘될 것이며, 프랑스 국민들의 자유와 평등, 박애의 정신은 화재에 결코 꺾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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