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 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은 듯 몹시 무덥고,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 가량 되었다.”
조선 숙종 28년인 1702년 6월 3일 백두산이 분화한 모습을 묘사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당시 함경도 부령과 경성 일대 상황을 기록한 것으로, 백두산 화산 폭발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최근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화산 분화 징후가 잇따라 포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2~2005년 백두산 근방에서 화산 지진이 3,000여회 이상 발생해 천지가 부풀어 오르는 등 화산 분화의 징후가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폭발 시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량의 1,000배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백두산은 10세기 이래 세기마다 한 번 이상 분화하며 위력을 과시해 이번 세기 분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과거 분화 기록도 관심이다.
백두산 분화 첫 기록은 고려시대인 939년에 나온다. 이어 946년엔 이른바 ‘밀레니엄 분화’라고 하는 대규모 분화가 발생한다. 450㎞ 가까이 떨어진 개성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1,000㎞ 이상 떨어진 일본에서도 백두산의 화산재 구름이 목격됐다는 기록이 있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분화는 남한 전체를 1m나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분출물을 쏟아냈다. 당시 백두산에서 날아간 화산재가 일본 홋카이도, 혼슈 북부를 지나 쿠릴열도 해저,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도 발견됐을 정도로 위력이 상당했다.
이후 백두산은 총 31번 분화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68년과 1702년에도 백두산에서 폭발이 일어 화산재가 비처럼 내렸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은 1903년이다.
학자들은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남쪽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대비책을 주문한다. 1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백두산 폭발 시 남한의 경우 북한보다는 피해를 적게 볼 수 있으나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독성의 화산가스가 함유된 미세먼지의 확산, 항공 운항·운송 악영향으로 관련 수출·수입과 관광 수입에 큰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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