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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 예전부터 경고… 한국 이제 마약 청정국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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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 예전부터 경고… 한국 이제 마약 청정국 아니다”

입력
2019.04.17 04:40
수정
2019.04.17 09:5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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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가티 마약퇴치운동본부 자문위원 

 2015년 ‘물뽕 진단 키트’ 개발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전직 영국 경찰 앤서니 헤가티 박사가 GHB(속칭 '물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전직 영국 경찰 앤서니 헤가티 박사가 GHB(속칭 '물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밤의 경제(night-time economy) 공동체’가 힘을 합쳐 근절하는 것 외엔 해답이 없습니다.”

‘버닝썬 스캔들’이 들끓으면서 앤서니 헤가티 마약퇴치운동본부 자문위원을 지난 5일 만났다. 전직 영국 경찰인 그는 런던 경찰국에서 9년간 형사로 일하면서 마약, 성범죄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1999년 한국에 정착한 헤가티 위원은 이 때 경험을 살려 지금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국제 행사, 회의에 안보 컨설팅을 제공한다.

버닝썬 스캔들이 터지면서 여성들이 가장 치를 떨었던 건 GHB, 속칭 ‘물뽕’의 존재였다. 성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그런 장면을 촬영 당해도 모를 수 있다는 공포감에 여성들이 경악했다. 놀랍게도 헤가티 위원은 이 같은 위험성을 예전부터 경고해왔다. 대한민국이 그래도 마약 문제만큼은 비교적 깨끗하지 않느냐고 자부하고 있을 때부터 그랬다.

헤가티 위원은 2017년 경찰청이 주관하는 국제마약수사 공조회의에 발표자로 나서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는 이미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으므로 하루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선 매년 약 5,200건(국가통계포털ㆍ2017년 기준)의 성폭행이 자행되고 있고, 특히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통계상으로 보면 이미 마약성 진통제의 소비량이 아시아 3위에 오를 정도로 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이 중 21%가 중독자일 만큼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그는 물뽕 이야기가 나돌기 전인 2015년 이미 ‘물뽕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술이나 음료에다 면봉을 담갔다가 테스트 용지에 대보면 코카인 같은 마약은 물론, 물뽕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는 키트다. 술집 이용자가 뭔가 상황이 이상할 때 스스로 사용해보라는 뜻뿐 아니라 종업원이나 업주가 먼저 적극적으로 확인해 보여주라는 뜻이기도 하다. ‘밤의 경제 공동체’란 바로 그런 의미다.

헤가티 위원이 개발한 물뽕 진단 키트.
헤가티 위원이 개발한 물뽕 진단 키트.

헤가티 위원은 영국의 해안도시 플리머스 사례를 들었다. 수사기관은 평소 말썽이 많이 생기는 주점을 집중 관리하고, 주점 직원에게도 고객 안전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고, 택시ㆍ호텔 등에서도 의식 없는 손님을 데리고 가는 사람의 경우 둘 사이의 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하게 했다. 헤가티 위원은 “그렇게 구성한 ‘펍 와치(Pub Watch)시스템’ 덕분에 사람들이 안전한 술집을 더 선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약물 성범죄도 줄어들었다”며 “최근 2년간 플리머스는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됐다”고 전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전직 영국 경찰 앤써니 헤가티 박사가 GHB(속칭 '물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전직 영국 경찰 앤써니 헤가티 박사가 GHB(속칭 '물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윤기 인턴기자

헤가티 위원은 또 약물 성폭행 사건의 핵심은 ‘성’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범죄자들의 행동과 범행 의도를 분석해보면 그저 성관계를 맺고 싶어서 저지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지배하고 정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삼는다”며 “약물 성범죄를 순간적 일탈처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 특히 약물 성범죄는 아주 명백한 죄악”이리고 거듭 강조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이규리 코리아타임스 기자 gyulee@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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