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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가뭄’ 남북연락사무소… 소장 간 대화 올해 한 차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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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가뭄’ 남북연락사무소… 소장 간 대화 올해 한 차례뿐

입력
2019.04.17 04:40
수정
2019.04.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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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개소 이후 7개월간 7회 그쳐… 북한 무책임한 자세에 통일부 안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소장회의-개최-횟수. 그래픽=강준구 기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소장회의-개최-횟수. 그래픽=강준구 기자

‘남북 24시간 소통채널’로 야심차게 출발한 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가 공회전 중이다. 매주 금요일 남북 소장이 만나 현안을 논의키로 했지만, 개소 후 7개월 동안 소장끼리 만난 건 고작 7회에 그쳤다. 심지어 올해 열린 소장 간 회의는 한 차례에 불과하다. 부실 운영의 1차적인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정부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지 않은 채 안일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4ㆍ27 판문점선언에 따라 9월 14일 개소한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소장 회의는 7회에 불과하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에는 ‘쌍방은 소장 회의를 매주 1회 진행하며 필요한 경우 더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원칙대로라면 소장 간 만남은 최소 31회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북측 소장 불참으로 개최율이 고작 22.6%에 그쳤다. 북측 소장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엔 상황이 그나마 나았다. 남측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북측 소장 간 회의는 지난해 9, 11, 12월에 각각 2차례씩 총 6차례 열렸다. 사무소 개소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금요일은 총 16번이었으므로 37.5%의 출석률을 보인 것이다. 올 들어 열린 소장 회의는 1월 25일 회의가 마지막이다.

통일부는 그간 “평양에서 개성까지 교통 사정이 좋지 않다” 등의 이유로 소장 대신 연락사무소에 상주ㆍ근무하는 소장대리와도 소장 회의를 진행해왔다. ‘소장급 회의’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다. 그러나 소장급 회의 역시 겨우 명맥만 잇는 수준이다. 올해 기준 총 15번의 금요일을 맞았지만 소장급 회의는 6회 열린 데 그쳤다. 북측 소장대리는 조평통 부장인 황충성ㆍ김광성 2명이다.

그나마도 3월 초부턴 북측이 소장대리 대신 임시소장대리를 파견하며 소장급 회의도 열리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그간 소장 또는 소장급 회의가 열리지 않을 때마다 남북 공휴일을 원인으로 지목하거나 ‘북미 정상회담 등 대외 일정으로 북측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해왔지만, 지나치게 북한의 눈치를 보는 저자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락사무소가 유명무실화할 위기에 처한 근본 원인은 1차적으로 북한에 있다. 전통적으로 비핵화 협상의 상대방을 미국이라고 여기는 북한은 남한을 미국의 종속 변수 정도로 여긴다. 따라서 북미관계가 악화하면 남북관계도 얼어붙고, 대화의 끈을 유지하더라도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 정도로 여길 뿐이다. 10ㆍ4선언 11주기를 맞아 지난해 평양을 다녀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당시 전종수 위원장을 만나 근황을 물으며 ‘앞으로 개성에 자주 내려가겠다’고 말하니, ‘미국이 제재 완화에 반대하는데 연락사무소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더라”며 “북한이 연락사무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문제는 북측이 지난달 22일 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가 아무런 사과 없이 3일 만에 복귀했는데도, 정부가 연락사무소 운영 원칙과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나 재점검 없이 기형적인 사무소 운영 체제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처럼 연락사무소를 대하는 북한의 태도가 국제사회에서는 비핵화 등 대외 협상에 임하는 자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정부가 비핵화와 같은 거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관료주의에 매몰된 태도를 버리고 작은 문제부터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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