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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4중주단 아벨 콰르텟 “논쟁으로 음악적 성숙 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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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4중주단 아벨 콰르텟 “논쟁으로 음악적 성숙 더했죠”

입력
2019.04.16 16:21
수정
2019.04.16 18: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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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고 말 거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오래 함께 연주하려면 논쟁을 해야죠." 현악4중주단 아벨 콰르텟의 윤은솔(왼쪽부터) 김세준 박수현 조형준은 서로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음악을 만들어간다. 홍윤기 인턴기자
"한 번 보고 말 거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오래 함께 연주하려면 논쟁을 해야죠." 현악4중주단 아벨 콰르텟의 윤은솔(왼쪽부터) 김세준 박수현 조형준은 서로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음악을 만들어간다. 홍윤기 인턴기자

“함께 하며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래도 열정으로 헤쳐나간 때의 마음을 말하고 싶었어요. 7년이라는 시간을 우리가 어떻게 지내왔고 얼만큼 성장했는지, 거울에 비춰 보자는 의미로요.”

‘좋은 음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지 7년. ‘젊은’ 현악4중주단 아벨 콰르텟은 2013년 결성하자마자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1위,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2위, 제네바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 3위 등 굵직한 콩쿠르를 휩쓸었다. 그래서 조금은 오만해졌을 거라고 넘겨 짚지 말기를. 아벨 콰르텟 멤버들은 2년 만에 여는 국내 정기연주회(20일∙서울 예술의전당)에 ‘초심’이라는 부제를 직접 붙였다. 최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나 이들의 ‘첫 마음’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아벨 콰르텟은 독일에서 공부하던 한국인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팀이다. 아벨(Abel)은 히브리어로 ‘생명력’이라는 뜻. 윤은솔(32ㆍ바이올린) 박수현(30ㆍ바이올린) 김세준(31ㆍ비올라) 조형준(32ㆍ첼로)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팀을 꾸린 뒤 독일 뮌헨 국립음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등에서 함께 실내악 과정을 수학했다. 2016년 학생 신분으로 제네바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이제는 나름의 색채를 만들어내는 전문 연주자가 됐다.

아벨 콰르텟은 제네바 콩쿠르 이후 김세준과 조형준의 군 복무로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쉼은 저마다의 음악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됐다. “4명이 함께 하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각자 자신의 삶을 살며 음악적으로도 성숙해졌다고 느껴요.”(조형준) “서로 비슷해진 부분이 늘었어요. 예전에는 각자 음악을 피력하기 바빴다면, 지금은 서로의 음악을 받아들이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진 거죠.”(김세준)

아벨 콰르텟이 2016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아벨 콰르텟이 2016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서로의 음악을 받아들인다는 게 음악적 견해가 완전히 같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음악적 논쟁은 7년 전보다 늘었다. “예전에는 이견이 있을 때 교수님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의견을 모았다면,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선생님이에요. 각자 생각을 바탕으로 의논하기 때문에 논쟁을 더 많이 하게 됐죠.” 아벨 콰르텟의 음악을 만드는 건 그런 논쟁과 대화들이다. “독주가 아닌 4중주는 대화가 없으면 완성될 수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오래 같이 해서 눈빛만 봐도 안다’는 건 신화에나 나오는 말이에요. 한 번 보고 말 거라면 그냥 ‘좋은 게 좋다’ 하고 넘어갈 테지만, 저희는 그게 아니니까 생각이 다르다고 이야기 하죠. 음악이라는 하나의 방향을 향하는 여러 길을 찾아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조형준)

아벨 콰르텟은 노부스 콰르텟에 이어 한국 실내악의 성장을 상징하는 현악4중주단이다. 그런 만큼 한국에서 공연할 때는 고민이 깊어진다. 멤버들은 “한국에서는 수준 높은 연주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를 기억하실 수 있도록 우리만의 색깔도 보여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국 연주회 선곡에 공을 잔뜩 들이는 이유다. 이번 정기연주회에서는 팀 결성 때 연주했던 드뷔시, 베토벤과 함께 쇼스타코비치를 새로 들려준다. 쇼스타코비치는 독일에서 공부한 이들에게 익숙한 ‘정제된 감정의 독일 고전 음악’과는 색채가 다르다. “팀의 새로운 점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러시아 작곡가를 택하게 했단다.

아벨 콰르텟의 목표는 한결 같다. ‘좋은 음악’을 향해서라면 안주하지 않는 음악가가 되는 것. 아벨 콰르텟은 정기연주회를 마친 뒤 핀란드 쿠흐모 페스티벌과 이탈리아 나르니 페스티벌 등에서 초청 연주를 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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