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시 ‘연말’ 시간표에
‘끌려가지 않겠다’ 정치적 자신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한으로 '연말'을 언급했던 데 대해 "빨리 갈 필요가 없다"며 북한이 내놓은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빅 딜' 수준의 북한 비핵화 조치가 준비되지 않으면 후속 정상회담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경제 및 세금 개혁을 주제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참석해 "김정은과 좋은 관계다. 그는 최근 추가 대화를 기대한다고 했고 대화는 좋은 것"이라며 대화 동력을 일단 살려 두겠다는 제스처를 적극적으로 취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한으로 '연말'을 제시한 데 대해선 "나는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고 우리는 좋은 관계다. (대북)제재는 그대로고 억류자들은 돌아왔고 (미군) 유해는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미 간 후속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북한의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정치적 자신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같은 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텍사스를 방문,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김 위원장)는 연말까지 이뤄내길 원한다고 했지만 나는 좀 더 빨리 이뤄지는 걸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미국에 요구한 '북미가 공유할 수 있는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으며 오히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던 점을 환기시켰다. 당장의 구체적 협상보다는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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